365일 한시-유기劉基 5월 19일 큰 비가 내리다五月十九日大雨

5월 19일 큰 비가 내리다五月十九日大雨/ 명明 유기劉基

風驅急雨灑高城 바람이 몰아온 소나기 성벽에 퍼붓고
雲壓輕雷殷地聲 구름에 덮인 우레 우르릉 땅을 흔드네
雨過不知龍去處 소나기 지나가자 운룡은 간 데 없고
一池草色萬蛙鳴 못엔 온통 풀빛 와글와글 개구리 합창

예전에 한시에는 원래 제목이 없는 작품이 많다. 이런 경우는 시선집을 편찬하거나 기록하는 사람이 정한 경우가 많다. 가령 유명한 정지상의 <송인(送人)>도 본래 제목이 없어 어떤 사람은 <대동강>으로, 또 어떤 사람은 <남포(南浦)>라고 하였다. 모두 그 시에 나오는 시어로 제목을 삼은 경우이다. 그림도 이와 같아 후대 감정가나 연구자들이 지은 경우가 많다.

이 시의 경우는 제목이라기보다는 서문에 가깝다. 한시에는 이처럼 서문을 제목으로 삼은 경우가 많아 어떤 제목은 시 본문보다 길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제목이 아니고 서문이므로 누군가 제목을 정해주어야 한다. 이 시의 경우 <여름 소나기> 정도로 지을 수 있다.

여름철 순식간에 먹장구름이 몰려와 하늘이 컴컴해진다. 우레가 지축을 뒤흔들고 소나기가 성벽에 쏟아질 때에는 두려움마저 일기도 한다. 이윽고 구름은 간 데 없고 해가 난다. 비에 씻긴 연못의 풀들은 더욱 싱그럽고 개구리들은 일제히 울어댄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시인은 이것이 마치 인생의 한 비유인 것 같은 생각을 한다.

유기(劉基, 1311~1375)는 22회에서 잠깐 소개하였듯이 주원장을 도와 명나라를 건국한 정치인이자 저명한 문인이다.

3구에서 용(龍)을 말한 것은 《주역》에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좇는다.[雲從龍, 風從虎.]”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운룡(雲龍)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구름이 용을 따라 몰려와 천둥치고 비바람 몰아치더니 그런 조화를 일으키던 용은 어디를 간 것인지 알 수 없다. 날씨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우리 인생도 천둥이 치고 비바람 몰아칠 때는 앞이 캄캄하다. 내가 여기서 살아날 수 있을까? 나에게 내일이 있을까? 그러나 다시 때가 되면 해가 나듯이 새로운 날들이 거짓말처럼 찾아온다. 시인은 소나기와 우레 뒤에 찾아오는 싱그러운 풀빛과 개구리 소리의 희망을 전하고 있다.

Gregory Thielker, 2010, 출처 www.gregorythielk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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