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웨휘甫躍輝-거대한 코끼리巨象 5

거대한 코끼리 5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공원은 우뚝 솟은 빌딩들에 포위되어 있었으며 빌딩 위 하늘은 어둑어둑했다. 아마도 얼마 안 있어 비가 내릴 것 같았다. 푹푹 찌는 날씨는 그의 고향과는 딴판이어서 거의 십 년이 돼 가는데도 그는 적응이 안 됐다. 옆의 벤치들에서는 연인들이 여느 때처럼 다정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보고 있기가 난처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몸을 녹나무 줄기에 기댔다. 그때 뭔가가 얼굴 위에 떨어져 그는 눈을 떴다. 검붉은 낙엽 두 장이 가슴에 붙어 있었다. 이 도시에 와서야 그는 이렇게 봄에 낙엽이 지는 이상한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낙엽을 집어 입자루를 쥐고 손 안에서 돌리다가 다시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는 정말로 그녀가 조금 불쌍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일이 있었던 만큼 그녀도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을 테고 그런 결정을 했다고 그를 탓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가까이 늦게 왔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왜 늦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열차를 거꾸로 탄 걸 종점에 다 가서야 알았어요.”

그는 자기도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 그런 적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말했다.

“왜 그렇게 사람이 멍청해? 방향도 분간 못하고.”

그는 화를 못 참고 연달아 몇 번이나 멍청하다는 소리를 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그의 쏟아지는 질책을 들으며 계속 말했다.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 절대 안 그럴게요.”
“다음에?”

그는 코웃음을 쳤다.

“다음에는 또 네가 어디까지 가서 잘못 탄 걸 알지 누가 알아?”

그는 그녀의 눈이 촉촉해진 것을 보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그는 공원의 오솔길을 따라 성큼성큼 걸었고 그녀는 급히 따라갔다. 혼자 시내를 쏘다니던 버릇이 있어서 그의 걸음은 무척 빨랐다. 그녀는 종종걸음을 쳐야 겨우 따라갈 수 있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린 채 무작정 걸었다. 손을 맞잡은 연인과 자녀들과 함께 산책하는 중년 남자 그리고 휠체어를 탄 노인과 연달아 마주쳤다. 알록달록한 햇빛이 그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또 그 코끼리들이 달려오던 광경이 생각났다. 이슬이 가득 맺힌 그들의 거친 피부 위에 햇빛이 마치 금빛 잉어가 헤엄치듯 무더기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가 막 도망치려는데 뭔가가 그의 손을 꽉 붙들었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그녀가 헉헉대며 그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왜 그렇게 빨리 가요, 나만 놔두고.”
“혼자 걷는 게 버릇이 돼서.”

그는 냉담하게 웃었다.

잠시 후, 그들은 그렇게 손을 잡은 채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그들은 틀림없이 한 쌍의 연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는 거북한 느낌이 들면서 아는 사람이 볼까 걱정이 되었다. 혹시 여자친구가 보지는 않을까? 그는 이런 생각이 황당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지우기가 힘들었다. 어느새 인공 호수에 이르렀다.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난간 위에 엎드려 어두운 수면과 마주했다. 고무보트 몇 척이 서로 왔다갔다 부딪치고 오리 입처럼 수면 밖으로 나온 파이프에서 이따금 물기둥이 위로 솟구쳤다. 배에 탄 아가씨가 때맞춰 꺅꺅, 소리를 지르며 옆의 남자에게 안겼다. 물기둥이 금세 힘을 잃고 수면 위로 떨어지면서 물 몇 방울이 그들의 얼굴에 튀었다. 살짝 비린내가 풍겼다.

“우리도 탈까?”

그는 흥분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호수 쪽은 보지 않고 우울한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지 않을래?”

그는 또 한 번 물었다.

“안 탈래요.”

그녀는 짧게 답했다. 그는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관두지 뭐.”

그런데 호수 반대편으로 걸어가 유람선 대여소에 이르렀을 때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노를 젓는 건 어때요?”

그녀가 조금 애교스럽게 그를 보았다.

“안 탄다고 그랬잖아.”

그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노를 젓고 싶어서요. 아까 그런 건 타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 고향집은 큰 강 옆에 있어요. 강폭이 넓고 물결이 잔잔하죠. 나는 배를 타고 맞은편 강변으로 건너가는 걸 아주 좋아했어요.”

리성은 그녀가 원하는, 손으로 노를 젓는 배를 빌리지는 않았다. 대신 속도가 느린 전동보트를 빌렸다 그는 어릴 때 산악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이 도시에 와서야 처음 배를 타보았다. 그래서 지금도 배를 타면 흥분이 되었다. 그는 조종간 앞에 앉아 계속 방향을 바꿨다. 뱃머리가 교각과 기슭 쪽으로 번갈아 움직였다. 얼마 안 돼 그는 피곤해졌다. 배가 너무 느렸고 조작도 너무 간단했다. 그는 그녀와 자리를 바꿨고 그녀가 조종간을 쥔 채 흥분한 얼굴로 이따금 소리를 지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들뜬 목소리로 어릴 때 강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마지못해 그녀가 강변에서 놀던 광경을 상상했다. 그녀는 여전히 안 예뻤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변화가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는 또 피곤함을 느꼈다. 피곤해서 왼손을 뱃전에 기댄 채 멀리 흐린 하늘빛이 비치는 호수를 바라보다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리성은 뱃전에 대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번쩍 눈을 떴다. 그녀가 미소를 띤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자는 모습이 너무 재밌어요.”

깔깔 웃는 그녀의 얼굴에 햇빛이 덮여 있었다. 그도 웃으며 몸을 일으키고 옷매무새를 고쳤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며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그녀를 째려보았다.

“뭐가 그렇게 웃겨?”

그녀는 웃음소리를 낮췄다. 어느새 구름이 흩어지고 수면 위에는 마치 구리거울의 반사광 같은 저녁 빛이 넘실댔다. 이때 배는 호수 한가운데에 멈춰져 있었으며 주위에는 다른 배가 한 척도 없었다. 그는 햇빛 때문인지 약간 머리가 아팠다.

“너, 코끼리 본 적 있어?”

그가 불쑥 물었다.

“아뇨. 왜요? 고향에 코끼리가 있었나요?”
“나도 동물원에서밖에 못 봤어.”

리성은 지나가듯이 말하며 수면 위의 흔들리는 빛에 시선을 멈췄다.

어스름이 짙어질 때 그들은 공원을 떠났다. 그는 여전히 조금 앞서갔고 그녀는 종종걸음을 치며 가끔씩 그를 잡아당겼다. 그들은 어느 한산한 작은 식당에서 천천히 식사를 하며 이따금 한두 마디씩 말을 주고받았다. 유리벽 밖에서 어둠이 차츰 내려앉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탕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맛있어하며 한 숟갈씩 떠먹었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좁고 긴 손톱이 파뿌리처럼 하얬다. 그는 이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고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지난번 같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는 알아야 했다.

사진 Tarek Kunze

巨象 5

他向四周看了看,公园被高耸的建筑物包围,建筑上方天色幽暗。也许过不多久就会落雨。闷热的天气和家乡截然不同,将近十年了,他依然没能适应。旁边的几张椅子上,情人们仍旧甜蜜地相拥。他看看就觉得难受。他闭上眼睛,身子往后靠住一棵香樟树。有东西落在脸上,他睁开眼,看到两片暗红色的落叶躺在怀中。到这个城市后他才见到这种在春天落叶的奇异树木。他拾起落叶,拈着叶柄在手中旋转,又抛落在地。他真有点儿可怜她了。已经有过一次了,她应该有所准备,做出这样的决定不能怪他。

她比约定时间晚到将近一小时。他拉下脸,责问她怎么回事。她脸红红的,说地铁乘反了,快到终点才发觉。他忘了自己刚到这个城市时也曾做过这样的事儿,说怎么这么蠢,方向都能弄颠倒。他简直怒不可遏,接连说了好几个蠢字。她低着头,承受他瓢泼大雨般的斥责,连连说,下次不会了,一定不会了。下次?他用鼻孔哼了一声,谁知道你下次要跑到什么地方才会发觉?他看到她眼里有些湿湿的,才不再说什么。

他沿着公园的小径大步往前走,她赶紧跟上。他习惯了一个人在城市里穿行,步速很快,她小跑着才能跟上。他皱着眉,漫无目的地走着,不断迎面碰上手拉手的恋人,陪同儿女散步的中年人,还有坐在轮椅里的老人。阳光斑驳,从一张张脸上晃过。他又想起那些巨象来了,阳光大片大片落在它们挂满露水的粗糙皮肤上,金色鲤鱼似地游动。他正要逃跑,手被什么东西攀住了。一激灵,猛醒过来,回头看到她气喘吁吁,拉住了自己的手。

“你怎么走这么快?都不等等我。”

“一个人走习惯了。”他淡漠地笑笑。

有一会儿,他们就那么挽着手在公园里漫步。在别人眼中,他们一定是一对恋人吧。他不由得想,或许在她眼中,他们也是恋人。他感到别扭,担心有熟人看见,–会不会被女友看见?他知道这样的想法是荒谬的,又无法消除。走到人工湖边,他抽出手,趴在栏杆上面对幽暗的水面。几只橡皮船碰来碰去,鸭嘴一样伸出水面的龙头不时喷出高高的水柱,船上的女孩子便不失时机地发出一串惊叫,朝旁边的男生偎。水柱转眼间颓然落回水面,有几滴水洒在他们脸上,有着微微的腥臭。要玩儿吗?他兴奋地看着她。她并未往湖面望,脸色阴沉地望着来来往往的人。玩儿吗?他又问了一遍。不玩,她回答得很干脆。他怔怔地看她一会儿,说那算了。等走到人工湖的另一边,在租借游船处,她却停下了。我们去划船好吗?她有点儿讨好地望着他。你不是不想玩吗?他懒懒地说。我想划船,不想玩那种,她说。她告诉他,她的家就住在一条大河边,河面宽阔,水流平缓,她最喜欢坐船从这岸渡到那岸。

李生没租她说的手摇船,租的是慢型电动船。他小时候生活在山区,到这座城市后才第一次坐船。现在坐船仍旧让他兴奋。他坐在驾驶仓,不断调整方向,船头不断撞向桥基和岸边。不久他就疲乏了,船太慢,操作太简单。他和她调换位子,看着她握着方向盘兴奋得满脸通红,不时哇哇喊叫。她很兴奋地讲起小时候在大河边的事儿。他懒懒地想象着她如何在河边戏耍。她仍旧不好看,但有了一些说不出的变化。然而不多久他又感到疲累了。他总是感到疲累,左手支着船舷,望着远处泛着淡淡天光的湖面,眼皮沉沉地坠了下去。

李生拄在船舷上的手滑脱了,猛然睁开眼睛,她正微笑着瞅着他。他略略红了脸。你睡着的样子真好玩,她咯咯笑着,脸上抹了一层阳光。他也笑了笑,坐直身子,整理一下衣服。她仍旧瞅着他,咯咯笑着。他拧起眉头,斜她一眼,笑什么呀?她压低了笑声。不知什么时候,云层散了,湖面泛着夕光,恍若黄铜镜面的反光。小船停在湖心,周围一只船没有。他感到有些头痛,似乎被大块的光晃晕了。

“你见过大象吗?”他突兀地问。

“没有。怎么了?你家那儿有大象?”

“我也只在动物园里见过。”李生轻描淡写地说,目光停留在水面晃动的光上。

暮色沉沉时,他们才离开公园。他仍稍稍走在前面,她小跑着,不时拽一下他。他们在一家空荡荡的小饭馆慢慢地吃饭,偶尔说上一两句话。落地玻璃外,夜色缓缓落下。他等着她喝汤,她一小勺一小勺地喝,多么美味似的。他看到她的手指轻微地颤动着,窄长的指甲葱根似的淡白。他知道接下去会发生什么,他想她也知道,她不该相信他的所谓保证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