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촉 지방 화상 충준의 금 연주를 듣고聽蜀僧濬彈琴

촉 지방 화상 충준의 금 연주를 듣고聽蜀僧濬彈琴/당唐 이백李白

蜀僧抱綠綺 촉 지방 화상 녹기금 안고
西下峨眉峰 서쪽에서 아미산 내려왔네
爲我一揮手 날 위해 한 곡조 연주하니
如聽萬壑松 만학의 송풍을 듣는 듯하네
客心洗流水 객의 마음 유수에 씻어 내고
餘響入霜鍾 여향은 종소리에 섞여 드네
不覺碧山暮 어느덧 푸른 산 저물어가고
秋雲暗幾重 가을 구름 몇 겹으로 어둡네

이 시는 지은 연대을 잘 알 수 없는데 753년 선성(宣城)에서 지었다는 설이 있다. 아마도 이백이 쓴 <선주 영원사의 충준 공에게 주다[贈宣州靈源寺沖濬公]>란 시를 참고한 듯하다. 녹기금(綠綺琴)은 한나라 때 촉(蜀) 지방 출신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옥여의부(玉如意賦)〉를 지어 양왕(梁王)에게 바치자 하사품으로 받은 명금으로 전해온다. 여기선 그런 종류의 좋은 명금을 말한다. 녹기금은 사마상여, 촉, 아미산(峨嵋山)과 더불어 이백이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말들이다.

금사(琴師)가 고향 사람 이백을 위해 한 곡조 연주하는데 수많은 골짜기에서 파도같은 솔바람이 일어나는 듯 웅장하고 청아하다. 그 금 소리는 떠도느라 쌓인 마음의 우수와 찌꺼기를 씻어낸다. 솔바람과 유수를 등장시킨 것은 금 가곡 중에 <풍입송(風入松)>과 <고산유수곡(高山流水曲)>이 있기 때문이다. 종자기(鍾子期)는 백아(伯牙)의 음악을 잘 알아들었는데 백아가 금으로 고산을 묘사하면 ‘아, 태산처럼 험준하구나!’라고 말하고, 강과 바다를 연주하면 ‘아, 강과 바다처럼 넘실대는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전에 혜강(嵇康)이 지은 <금부(琴賦)>에 ‘백아가 손을 놀리다.[伯牙揮手]’라는 말이 있기에 이백이 그런 내용을 이 시에 담으려 한 것을 알 수 있다. 상종(霜鍾)은 《산해경(山海經) 》에 나오는 말로 서리가 내리면 울리는 종을 말한다. 여기선 가을 종소리를 말한다.

어느덧 금 연주는 끝이 났다. 그러나 허공으로 퍼져간 여향은 가을 저녁 종소리와 어울려 사위를 떠돌며 맴돌고 있다. 바라보니 청산에는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하늘에는 가을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금 연주와 감상에 몰입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을 자연 경물의 변화로 표현한 것이다.

이 시는 5, 6구가 특히 좋다. 금을 연주하는 촉 승은 이백을 위해 최고의 연주를 하고 이백은 그 선율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에서 두 사람의 정신적 교감을 느끼게 한다. 객의 마음을 씻어주는 유수는 자연의 유수이기도 하지만 지금 금사가 연주하는 악곡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흐르는 시냇물에 마음을 씻어낸다는 의미도 있고 유수곡을 들으며 마음의 승화를 느낀다는 의미도 있으며 이백이 금사의 곡조를 이해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금 선율이 저녁 종소리와 어우러진다는 데서 대단원의 장중하면서도 길게 이어지는 여운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본 연주가 어땠겠는가?

이 시는 상종(霜鍾), 추운(秋雲)이란 시어로 보아 가을에 해당하지만 5월 28일자에 들어 있어 그대로 소개한다. 비가 와서 약간 눅눅하고 더운데 금 연주의 묘사로 더위를 잊어 본다.

출처 新浪博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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