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明] 문팽文彭 4월四月

4월四月/ [明] 문팽文彭

강남의 소만 때가
나는 좋아라

처음 오르는 준치가
얼음 빛이네

봄누에 잠 든 후
오디새 울고

새로 모낸 벼 논 모두
초록 천지네
我愛江南小滿天, 鰣魚初上帶氷鮮. 一聲戴勝蠶眠後, 插遍新秧綠滿田.(2018.05.22)

늦봄과 초여름이 교차하는 소만(小滿) 때 중국 강남 강촌의 일상 풍경을 담담하게 읊은 시다. 당시(唐詩)보다는 송시(宋詩)의 풍격에 가깝다. 음력 4월 즉 양력 5월이면 논밭에서 보리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춘궁기가 끝난다. 산에서 나는 산나물도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며 주린 배를 채워준다. 새로 심은 벼는 온 들판을 파랗게 물들이며 가을철 풍성한 거둠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다 봄 강에는 온갖 물고기가 돌아와 비늘을 반짝이며 퍼덕퍼덕 헤엄친다. 여름에 돌아오는 은어, 가을에 돌아오는 연어처럼 봄에도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회유성 물고기가 있다. 황어와 준치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준치는 음력 4월에서 5월(양력5월~6월) 무렵 바다에서 큰 강 하류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청어과에 속하며 등은 약간 검푸르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맛이 너무나 좋아서 ‘진어(眞魚, 진짜 물고기)’란 별명도 있다. 한자로 ‘시어(鰣魚)’로 쓰는 것은 매년 일정한 시기에 강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준치는 맛이 좋아 회로도 먹을 수 있지만 잔가시가 많아 장만할 때 주의를 요한다. 잔가시라 해도 뼈가 단단하기에 아주 잘게 썰든가 아니면 세심하게 가시를 제거하고 회를 떠야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봄날 수향(水鄕)의 풍미는 우리의 미각 뿐 아니라 시심(詩心)까지 돋우는 셈이다.(사진출처: 百度圖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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