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宋] 장재張載 파초芭蕉

파초芭蕉)/ [宋] 장재張載

파초 심이 다 자라자
새 가지가 나오는데

새로 말린 새 심이
남몰래 뒤따르네

새 심으로 새 덕 기름을
배우고 싶나니

이어 나온 새 잎이
새 앎을 깨우치네
芭蕉心盡展新枝, 新卷新心暗已隨. 願學新心養新德, 旋隨新葉起新知.(2018.05.15.)

‘새로움(新)’은 가슴 설레는 말이다. 새해, 새봄, 새길, 새옷, 새신, 새집, 새책, 신생아, 신입, 신진, 신부, 신랑, 신규, 신록, 신설, 신예, 혁신, 최신, 참신, 갱신 등등 어느 것 하나 두근거리지 않는 어휘가 없다. 만물의 생명은 바로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새로움을 근본으로 삼는다. 『중용』에서도 천지자연의 생명력을 묘사하면서 “성실함이란 사물의 처음과 끝이니, 성실하지 않으면 사물이 없다(誠者, 物之終始, 不誠無物)”라고 했다. ‘성(誠)’이란 새로움을 향해 거짓 없이 성실하게 나아가는 힘이다.

늘 새로움으로 지향하며 생명의 밝은 본성을 유지하게 하는 ‘성(誠)’의 원리는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성리학에서는 그 방법으로 ‘격물(格物)’을 제시한다. ‘격물’은 만물의 이치를 끝까지 탐구하여 천지자연의 진리를 깨닫는 과정이다.

이 시는 바로 새로운 앎을 얻고 새로운 덕을 기르는 새로움에 관한 시다. 싹이 틀 때는 돌돌 말린 심으로 시작했다가 마침내 넓은 잎을 활짝 펴는 파초에다 격물의 과정을 대입했다. ‘새 심(新心)’, ‘새 덕(新德)’, ‘새 앎(新知)’이 모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지혜를 깨달아가는 격물의 과정이다.

이 시를 쓴 장재(張載)는 북송 초기 주돈이(周敦頤), 소옹(邵雍), 정호(程顥), 정이(程頤) 등과 성리학의 바탕을 마련한 대학자다. 송시는 대개 설리적(說理的) 경향이 강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장재를 포함한 송나라 이학자(理學者)들의 시에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이 시도 새로운 파초 상을 제시했다 할 만하다. 하지만 이념에 관한 어휘가 생경하게 노출되어 있어서 뜸이 덜 든 밥을 먹는 느낌이 든다. 어느 시대의 시든 이데올로기가 밖으로 여과 없이 새나오면 문학적 향기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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