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유종원柳宗元 매우梅雨

매우梅雨/당唐 유종원柳宗元

梅實迎時雨 익어가는 매실 단비를 맞으니 
蒼茫值晚春 늦은 봄에 뿌옇게 흐리기만 하네 
愁深楚猿夜 형초 원숭이 우는 밤 시름은 깊고
夢斷越雞晨 남월 닭 우는 새벽 단꿈에서 깨네
海霧連南極 바다 안개 남쪽 끝까지 이어졌고
江雲暗北津 강의 구름 북쪽 나루도 컴컴하네
素衣今盡化 흰 옷이 이제 다 검어진 것은 
非爲帝京塵 장안의 먼지 때문이 아니라네

이 시는 유종원이 805년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을 때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그가 정치적으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라 우울한 기분으로 지낼 때이다. 이 영주란 곳은 고대에 형초(荊楚)라 불린 지역으로 초나라의 근거지이며, 그 남쪽 해안을 끼고 있는 광동 지역은 진나라 말기에 남월(南越)이 국가를 세운 곳이다. 여기 나오는 월계(越鷄)는 바로 남월 지역의 닭을 말한다. 서시가 살던 월나라가 아니다.

유종원이 이곳에 와서 <영주팔기(永州八記)>, <답위중립서(答韋中立書)> 등을 썼는데 <답위중립서>에 보면 남월 지역의 풍토와 관련한 문학적 비유를 서술한 대목들이 나온다.

이 시는 그가 유배를 간 영주 지방에 매실이 익어갈 무렵에 내리는 비를 소재로 하고 있다. 본문에서 매(梅)라고 한 것은 우선 매실로 이해되지만 중국 강남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양매(楊梅)일지도 모른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구름과 안개로 사방이 어둑하면 유배 온 객의 심사는 더욱 우울해진다. 근심으로 잠 못 드는 밤에는 원숭이가 울어 더 시름을 깊게 하고, 해도 잘 안 보이는 새벽에는 닭이 울어 그나마 달콤하던 잠에서 깨어난다. 이런 안개는 남쪽 바다 너머 저 끝 모를 곳까지 끼어있을 듯하고 북쪽 강의 나루 온통 구름으로 자욱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당나라 낙양 역시 비바람이 쳐 옷이 검어지는 일들이 많다고 서진의 육기(陸機)가 시로 쓴 적이 있다. 유종원은 이 시구를 점화(點化)하여 장안의 날씨를 대신 지목하였지만, 이 시 마지막 2구에서 말한 것은 아무래도 유배를 온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앞에서 수심(愁深)이나 몽단(夢斷) 등 유배객의 우울한 심정을 드러내는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구태여 그렇지 않다는 해명은 강한 확신을 주는 일종의 수사법이라 할 수 있는데, 실제 낙양에도 이런 안개가 끼기 때문에 의미를 더 한층 깊이 숨길 수 있는 것이다. <영주팔기>에 이런 점이 많은데 유종원의 한 솜씨라 할 수 있다.

이 시를 보면 봄의 하한선을 매우 길게 잡고 있다. 마치 한 왕조가 멸망해도 그 잔존 세력들은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려 소멸되듯이 화려한 봄의 마지막은 이미 초여름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익어가는 매실과 함께 그 여운이 길게 남아 있음을 이 시는 보여준다.

사진출처 Weix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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