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南朝] 서곡西曲 뽕따기采桑度

[南朝] 서곡西曲/ 뽕따기采桑度

양기 성한 봄날에
뽕잎 따는데

초록 잎은 어찌 저리
펄럭이는지

가지 잡고 나무 위로
올라가다가

자주 치마 걸려서
찢어졌다네
采桑盛陽月, 綠葉何翩翩. 攀條上樹表, 牽壞紫羅裙.)(2018.05.02.)

한자 성어에 ‘상간복상(桑間濮上)’이란 말이 있다. 『예기』 「악기(樂記)」에서 유래한 말이다. “복수(濮水) 강가 뽕나무 숲 사이의 음악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이다.(桑間濮上之音, 亡國之音也.)” 『한서』 「지리지(地理志)」의 설명에 의하면 춘추시대 위(衛)나라 복수 가 뽕나무 숲에서 남녀가 밀회를 즐겼고 그곳에서 음란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간복상’이란 성어는 남녀가 밀회하는 장소 또는 남녀가 함께 부르는 음란한 음악을 의미한다. 『시경』의 정풍(鄭風)과 위풍(衛風)에 실린 노래가 이를 대표한다.

이런 풍속은 한(漢)나라로도 이어졌고, 이 시기에 지어진 민요(악부시) ‘상화가사(相和歌辭)’ 「밭둑 뽕나무(陌上桑)」와 ‘청상곡사(淸商曲辭)’ 「뽕따기(采桑度)」에도 남녀가 뽕나무 숲에서 만남을 즐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북조시대와 수당시대에도 한나라 악부시의 형식이나 주제를 모방한 작품이 많이 지어졌다. 심지어 1956년 쓰촨성(四川省) 청두시(成都市) 신두구(新都區)에서 출토된 동한(東漢) 화상전(畫像磚) ‘상림야합도(桑林野合圖)’에는 뽕나무 숲 야합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럼 왜 뽕밭이 남녀의 야합 장소로 인식되었을까? 몇 가지 학설이 있다. 첫째, 뽕밭이 고대 여성들의 야외 노동 장소였고, 뽕잎이 우거지면 남들의 이목을 쉽게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고대에는 뽕나무 숲에 농사의 신과 땅의 신에게 제사지내는 제단을 차렸고, 그곳에서 제사를 올린 후 축제를 벌였는데, 이 때 남녀 간의 야외 성교가 널리 벌어졌다. 셋째, 뽕잎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고, 누에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므로 흔히 뽕밭을 섹스의 장소로 여겼다.

이 시도 뽕밭 에로티시즘을 상징할 만한 시어로 가득 차 있다. ‘양기 성한 봄날’, ‘펄럭이는 뽕잎’, ‘나무 위로 올라가다’, ‘자주색 치마가 찢어지다’ 등이 모두 그렇다. 봄날의 생기가 민요의 형식에 담겨 날것 그대로의 감각으로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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