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설古今小說-진종선이 매화고개에서 아내를 잃어버리다陳從善梅嶺失渾家 3

진종선이 매화고개에서 아내를 잃어버리다 3

진종선은 홍련사에서 열흘 넘게 머물게 되었다. 어느 날 행자가 주지 스님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신양공이 찾아오셨습니다.”

진종선은 그 말을 듣고 주지 스님 방의 병풍 뒤로 몸을 숨겼다. 주지 스님이 그를 맞아들이니 신양공은 주지 스님 방으로 들어와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행자가 차를 올렸다.

차를 마시고 나서 신양공이 주지 스님에게 말씀을 드렸다.

“소인이 무능하게도 애욕을 끊지 못하고 여색에 본성이 미혹당하였습니다. 누가 이 호랑이 목에 씌워진 방울을 풀어줄 수 있겠습니까?”

주지 스님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호랑이 목에 씌워진 방울을 풀어낸다면 색을 탐하는 본성 또한 사라질 것입니다.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라 하였으니 속진 세상의 티끌에 조금도 더렵혀지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이치에 저절로 밝아질 것입니다. 이 늙은 중이 감히 말을 좀 하자면 그대 동굴에 여춘이라는 낭자가 3년 전에 붙잡혀왔다고 하더이다. 그 여인은 지조 있는 여인이라 하니 그녀를 풀어주어 고향에 갈 수 있게 해준다면 이 역시 정욕을 끊는 길이 될 것입니다.”

신양공이 그 말을 듣고 대답하였다.

“소인은 그 여인이 미워죽겠습니다. 물 긷는 벌을 3년 동안이나 주었는데도 아직도 마음을 돌리지 않고 있소이다. 이렇게 고집 센 여인은 그냥 풀어줘서는 안됩니다.”

진종선이 병풍 뒤에서 그 말을 들으니, 정말로:

가슴에선 불길이 일어나는 듯,
하도 이를 갈아서 입 안의 이가 다 사라져버린 듯.

진종선은 화를 참지 못하고 차고 있던 칼을 빼어들고 신양공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신양공은 손가락 하나로 그 칼을 튕겨 그 칼이 반대로 진종선을 향하게 하였다.

“내가 주지 스님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면 네 놈의 뼈를 갈아버리고 몸을 다 찢어버렸을 것이다. 이 원수는 꼭 갚아주마.”

말을 마치고 신양공은 주지 스님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동굴로 돌아간 신양공은 진종선의 아내 여춘을 불러 배를 가르고 심장을 도려내려고 하였으나 모란과 금련이 사정사정하여 겨우 예전처럼 물을 길어 꽃에 물을 주는 일을 다시 하게 되었음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진종선은 아내의 소식을 몰랐을 때는 그래도 나았으나 아내가 신양동이란 동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 진종선은 홍련사의 주지 방에서 주지 스님에게 아뢰었다.

“어찌하면 제 처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거야 어려울 게 없지요. 소승이 길을 알려드릴 터이니 산에 올라가서 찾아보시오.”

주지 스님은 행자를 시켜 진종선을 안내하여 산에 가도록 하니 행자는 안내를 마치고 돌아왔다. 진종선이 아내를 찾으러 떠났으니 아내를 만날 수 있을까? 정말로:

바람이 자니 나무에 매달려 우는 매미소리 들리고,
등불이 꺼지니 창가에 비치는 달빛이 보이네.

그 날, 진종선은 왕길을 데리고 행자의 안내를 받으며 매화고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험난하고 거친 길을 가리지 않고 가니 바위 옆의 연못가에 이르게 되었다. 거기에는 맨발로 물을 긷는여인이 있었다. 진종선이 황망히 다가가 보니 바로 아내 여춘이었다. 부부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서로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였다. 여춘이 진종선에게 말하였다

“어제 신양공이 돌아와서는 저를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고맙게도 홍련사 주지 스님이 이렇게 길을 알려주셔서 당신을 만나게 되었소이다. 우리 어서 여기서 도망칩시다”

“도망칠 수 없습니다. 신양공은 도술이 너무 고명하고 신통방통합니다. 만약 제가 도망갔다는 것을 알고 신양공이 쫓아오게 되면 당신의 목숨까지도 부지하기 힘들게 됩니다. 제가 평소에 듣기로 신양공은 자양진군을 무서워한다고 하니 자양진군께서 오셔야 우리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서 돌아가십시오. 만약 신양공이 알면 큰일 날 것입니다.”

진종선은 하는 수 없이 아내 여춘을 그곳에 두고서 떠나 홍련사로 돌아와 주지 스님을 뵙고서 아내를 만나게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올렸다.

“신양공은 오직 자양진군만을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소인도 동경에서 자양진군을 뵌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지금 이 곳은 너무도 먼 곳인데 어떻게 자양진군한테 여기로 오셔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지요?”

주지 스님은 진종선이 애걸복걸하는 것을 보고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소승이 가만히 참선에 들어가겠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깨달음이 있을 것이외다.”

주지 스님은 행자에서 향을 사르라 한 다음 한참이나 참선에 들어갔다. 주지 스님은 참선을 마치더니 진종선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초에 자양진군이 동자도인 하나를 그대에게 붙여 주면서 그대를 모시고 같이 길을 가도록 하였다는데 그대가 도중에 그 동자도인을 쫓아내 버렸다는구먼. 이제 어서 출발하시오. 급히 서둘러 3일 안에 가면 틀림없이 보응이 있을 것이오.”

진종선은 주지 스님의 말을 듣고서 그 말을 따라서 급히 걸음을 옮겨 홍련사를 나와서 이틀 동안 길을 갔으나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한편, 대라선경에 있던 자양진인은 나동에게 이렇게 일렀다.

“3년 전 진종선이 임지로 부임할 때 내가 너에게 진종선의 아내에게 천일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액운이 있다하였더니 이제 천일이 지났구나. 진종선이 열심히 도를 닦고 수양하며 경건한 마음을 기른 것이 기특하니 너랑 같이 아래 세상에 내려가고자 하노라. 이제 매화고개에 있는 진종선의 아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주어야겠다.”

나동은 자양진인의 말을 받들어 아래 세상으로 내려가 광동으로 길을 잡았다. 마침 바로 이날 진종선은 자양진인과 나동이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다가가 무릎을 꿇고선 간곡하게 아뢰었다.

“진군이시여, 제발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저의 처 장여춘이 신양공에게 납치되어 동굴에 갇혀 고통을 받게된지가 어언 3년입니다. 진군이시여, 제발 그녀를 이 고통에서 건져주시옵소서.”

진군이 웃으면서 말했다.

“진종선, 먼저 홍련사로 가서 기다려라. 내가 바로 뒤이어 갈 것이니라.”

진종선은 진군에게 인사를 올리고 먼저 홍련사로 가서 향불을 사르며 자양진군이 아내를 구해오기를 빌었다. 바로:

도가서를 통해 도를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몸을 닦고 도업을 세우기를 힘써 노력하느니.
천 년의 쇳덩어리 나무에서 꽃이 피기는 쉬워도,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기는 진정 어려워라.

진종선은 홍련사에 하루를 기다렸다. 자양진군이 홍련사로 걸어 들어오는데 도인의 풍모가 비범하였다. 주지 스님이 절 문밖에 나가 자양진군을 영접하여 방으로 들어가 서로 인사를 나눈다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지 스님이 자양진군을 바라보니 신농씨와 복희씨의 풍모요, 천지의이치를 꿰뚫은 자태요, 헌걸차고 늠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진종선이 자양진군의 앞에서 절을올리고 아뢰었다.

“진군의 자비에 힘입어 저의 처 장여춘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앙망하나이다. 그 은혜는 후히 보답하겠나이다.”

진군이 향불을 사르는 탁자 앞에서 알 수 없는 몇 마디 주문을 외우니 방안에서 갑자기 일진광풍이 일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은 바로:

형체도 없고, 그림자도 없이 사람의 가슴속으로 파고드네,
2월에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땅바닥에 낙엽을 모두 쓸어가 버리고,
산으로 불어가더니 흰 구름을 걷어내누나.

그 바람이 지난 곳에는 붉은 두건을 쓴 장수 두 명이 보였다. 그 장수들의 위풍당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두 귀신 장수가 자양진군에게 물었다.

“사부님, 시키실 일이 무엇입니까?”

자양진군이 말하였다.

“어서 신양동으로 가서 제천대성을 잡아 오너라. 실수가 있어서는 아니 되느니라.”

두 귀신 장수는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신양공을 쇠줄로 묶어 자양진군 앞에 데려왔다. 신양공이 무릎을 꿇으니 자양진군이 하늘의 장수에게 명하여 신양공을 저승세계의 감옥으로 데려가 죄를 묻게 하였다. 나동에게는 신양동에 가서 갇혀 있던 부녀들을 구출해 와서 각자 고향으로돌려보내게 하였다. 다시 만나게 된 장여춘과 진종선은 자양진군에게 감사 또 감사하였다. 자양진군은 장여춘, 진종선, 주지 스님과 작별하고는 나동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진종선은 홍련사 주지 스님에게 예물을 바쳐 감사를 표시하고 홍련사의 스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짐을 꾸려말과 마차에 올라타고는 왕길과 함께 떠났다. 며칠 후 그들은 고향인 동경에 도착하였다. 진종선 부부는 다시 만나 백년해로하였다. 시 한 수로 이를 증거하노라:

신양동에서 3년 동안 고초를 겪었네,
사랑 깊은 부부 사이에 가슴이 끊어지는 고통이었네.
사악함은 결국 정의를 이기지 못하는 법,
그녀의 정절은 오늘날까지 칭송받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