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양만리楊萬里 작은 연못 小池

작은 연못 小池/송宋 양만리楊萬里

泉眼無聲惜細流 샘물은 작은 물도 아까워 소리를 죽이고 
樹陰照水愛晴柔 나무는 풍경 아껴 물에 그늘을 드리웠네 
小荷才露尖尖角 작은 연들 뾰족뾰족 잎과 꽃 내놓자마자
早有蜻蜓立上頭 잠자리가 재빨리 그 꼭대기에 앉아 있네

제목에 어울리는 귀엽고 앙증맞은 시이다. 시상이 천진하고 아름다워 동시와 같다.

석(惜)과 애(愛)는 동사로 무엇을 아까워하는 의미이다. 특히 애(愛)는 ‘사랑한다.’는 의미보다는 ‘아낀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하자마자’의 의미인 재(才)와 ‘어느 틈엔가’의 조(早)의 연결도 아주 좋다. 청유(晴柔)는 맑은 공기와 부드러운 바람을 말한다.

실제로는 작은 연못에 이제 갓 연잎과 연꽃이 수면 위로 머리를 삐죽이 내밀고 있고 마침 잠자리가 날아와 앉은 풍경을 시인은 보고 있다. 그러나 시에서 창조해낸 세계는 생기와 정감이 있고 또 재미도 있다.

연못에 물을 대어주는 샘구멍에서는 물이 조금씩 소리 없이 흘러나오는데 그 이유는 샘이 그 물을 아껴 조금씩 내보내기 때문이다. 또 연못 주변의 나무들이 연못에 그늘을 드리워 물에 그림자를 비추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연못 주변의 맑은 공기와 수면에 부는 부드러운 바람을 아까워하여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연못의 물이 매우 맑고 공기도 깨끗하며 바람도 부드럽다는 말이지만, 이 시인은 그것을 설명하거나 묘사하지 않고 그 사물을 의인화하여 그렇게 된 까닭을 문학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독자는 이런 해명이 자신의 체험에 비추어 공감이 되기 때문에 그 광경을 더욱 미소를 띠면서 아름답게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아름다운 작은 연못에 정겨운 한 장면을 보탠다. 작은 연들의 잎과 꽃 봉우리가 이제 막 수면 위로 그 뾰족뾰족 올라와 있다. 그런데 언제 왔는지 어느새 잠자리가 그 위에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앉아 있다.

잠자리가 연꽃 봉우리나 돌돌 말린 뾰족한 연 잎에 평균대 운동 선수처럼 사뿐히 올라앉아 있으면 조용하던 작은 연못이 단연 활기를 띠고 정겨움이 넘쳐나게 된다. 초여름을 만나 생기를 띠는 작은 연못의 운치를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거기에 묘미 있는 장면을 얹어 아기자기한 재미까지 덤으로 준다.

사진 출처 太平洋摄影博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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