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수레- 나무로 만든 인조인간 1

2. 나무로 만든 인조인간 1

인조인간cyborg은 원래 기계와 유기체를 결합하여 만든 합성인간을 가리킨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는 흔히 넓은 의미에서 인공적인 방법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적 존재, 예컨대 유전학적 복제인간인 앤드로이드Android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브이》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계장치로 만든 로봇Robot까지도 인조인간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인조인간은 그 재료가 무엇이건 간에,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상상적 존재―적어도 지금까지는―인 셈이다. 허리우드의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낸 걸작 가운데 하나인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에 등장하는, 매끄러운 액체와 같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스스로 재생력을 갖춘 인조인간은 그에 관한 상상 가운데 가장 첨단에 속하는 세련된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인조인간이 모습과 고대 중국의 문화를 연결시키는 일은 여러 가지 면에서 쉽지 않다. 특히 유가적 예절과 농업 위주의 사회, ‘왕서방’의 변발과 젓가락 문화, 그리고 기껏해야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초인적 주인공들의 모습 등으로 포장된, 고대 중국에 관한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편견은 그런 관계의 설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인조인간에 관한 상상이 결국 강한 힘과 불멸을 추구하는 인간의 공통적 소망을 집약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대 중국에도 어떤 형태로건 인조인간에 관한 상상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도가 사상가들이 열망했던 신선이나 무협소설의 초인적 주인공들도 넓은 의미에서 인조인간에 관한 상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산해경山海經》과 같은 고대 중국의 신화집에서 인조인간에 관한 상상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과 동물의 복합형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현대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문학 연구자인 루쉰(魯迅: 1881~1936)이 “옛날의 무당들이 보던 책이며, 진秦나라와 한漢나라 때의 사람들이 더 추가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듯이, 이 책은 비록 최초의 주석이 달린 판본이 4세기 무렵 동진東晋 때에 나왔다고는 하지만, 거기에 수록된 내용은 그보다 훨씬 이전의 주周나라 때부터 민간에 전해지던 각종 신화와 지리적 지식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신 가운데 하나인 태봉泰逢은 “사람의 모습에 호랑이 꼬리를 달고” 있고, 하늘과 땅의 기운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어서 “드나들 때마다 빛을 발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산해경·중차삼경中次三經》). 물론 이 신화의 주인공은 비록 상상의 산물이라곤 해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생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인조인간의 상상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다. 그러나 같은 책에 묘사된 ‘기굉국奇肱國’ 사람들의 ‘날아다니는 수레[飛車]’와 같은 이야기들은 기계 장치를 만드는 고도의 기술에 관해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고대 중국에서 인조인간에 관한 상상의 실마리를 찾는 우리에게 주목을 끌 만하다(《산해경·해외서경》의 곽박 주석). 그리고 이 실마리의 연장선상에서 마침내 우리는 ‘고대 중국의 피노키오’라고 할 수 있는 정교한 인조인간을 만나게 된다.

《農書》에 등장하는 水排, 출처 机器人网 Sohu

대략 기원전 3~4세기 혹은 그 이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열자列子·탕문湯問》에는 중국의 전통 문화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현대의 독자라도 놀랄 만한, 그러나 중국 소설 전공자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인조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약간 산만하지만 대단히 생동적인 문체로 기록된 이 이야기의 전말을 쉽게 풀고, 약간 다듬어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3천년 전에 주周나라를 다스렸던 목왕穆王은 천성적으로 신기한 것을 좋아해서, 항상 많은 신하들을 이끌고 멀리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이번에도 그는 엄산弇山에서 아름다운 여신 서왕모西王母와 만나 하룻밤의 잔치를 끝내고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겨 돌아가는 길이었다. 중원에서 한참 먼 산악지대를 거치는 여행길인지라 주변의 경치가 볼만한 것이 많았지만, 그는 아직도 몽롱하게 아른거리는 서왕모의 아름다운 자태를 행여 잊어버릴까 무서운 듯, 줄곧 눈을 감은 채 혼자만의 환상에 빠져 있었다. 주위의 신하들과 비빈妃嬪, 궁녀들은 이러다 자칫 천자가 상사병으로 앓아누울까 걱정하며, 갖은 방법으로 목왕의 주의를 끌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천자의 행렬이 중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어느 날, 신하들은 근처의 마을에 솜씨가 아주 뛰어난 장인匠人 하나가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체구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젊고 총명하며, 행동거지도 대범한 이 사내의 실제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대개 그 지역에서는 ‘언사偃師’라고 통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師’라는 호칭은 대개 뛰어난 기술자나 예능인에게 붙여주는 것이었으므로, 그가 젊은 나이에 이런 호칭을 얻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신하들은 목왕에게 그를 추천하며 그가 아주 신기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偃师, 출처 百度百科

‘허, 또 귀찮게 하는군! 그까짓 손재주가 뭐 그리 신기한 데가 있을 거라고… 어떻게 상이라도 받아볼까 하는 사기꾼이나 아니면 다행이겠지.’

목왕은 은밀한 상상의 즐거움을 방해받아서 내심 시큰둥한 생각이 들었지만, 적어도 인자한 군주로서 신하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수고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대는 무슨 뛰어난 재주가 있는고?”

생전 처음 그렇게 화려한 장식과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달콤한 궁녀들의 향수, 주안상의 산해진미가 풍기는 냄새를 접했을 것이 분명한 이 젊은 사내는 거침없이, 그러나 극도로 공손한 태도를 잃지 않고 대답했다.

“소인은 대왕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건 만들어드릴 재간이 있사옵니다. 하지만 소인이 전에 만들어놓은 것이 있는데, 바라옵건대 그걸 먼저 봐주시옵소서.”

“그렇다면 내일 그걸 갖고 와보도록 하라.”

이튿날, 언사는 다시 천자를 알현하겠다고 청했다. 목왕은 애첩 성희盛姬와 여러 궁녀들, 그리고 모든 내시들을 거느리고 언사의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미리 마련된 연회 자리로 나갔다. 보나 마나 뻔한 물건일 테니, 신하들이 다시는 이런 일로 천자를 귀찮게 만들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주려는 속셈이었다. 그리고 출세를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기회에 달랑 조수인 듯한 젊은 사내 하나만을 데리고 와서 무덤덤하게 전시장 한 구석에 서 있는 언사를 보자, 목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짐짓 태연하게 물었다.

“그래, 뭘 가져왔는고?”

“바로 이것이옵니다.”

언사는 여전히 당당하면서도 공손한 태도로 대답하며, 자기 옆에 선 사내를 가리켰다.

“그 자는 또 누구인고? 아, 하여튼 어서 그대의 그 ‘작품’이나 꺼내놓아 보거라!”

목왕의 목소리에는 주위의 누구라도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짜증이 묻어 있었지만, 언사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대답했다.

“이것은 사람이 아니오라, 소인이 만든 배우 인형이옵니다. 자, 보시옵소서!”

그러면서 언사는 배우 인형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 턱을 슬쩍 만졌다. 그러자 배우 인형은 곧 입술을 움직여 노래를 불렀는데, 그 음정이며 박자가 매우 정확했다. 또 언사가 그의 손을 만지자 인형은 즉시 손을 휘젓고 발을 굴리며 춤을 추었는데,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럽고 균형이 맞아서 진짜 사람과 거의 똑같았다. 그 외의 어떤 동작을 시켜도 배우 인형은 아무 문제없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목왕과 성희, 그리고 궁녀들은 한 편으로는 너무 신기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혹시 언사가 진짜 사람을 데려다놓고 속이는 게 아닌가 싶어서 배우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도무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연을 겸한 전시가 끝나갈 무렵, 연기를 마치던 배우가 성희와 궁녀들 쪽으로 얼굴이 향다는 틈을 타서 슬쩍 윙크를 하며 유혹하는 듯한 눈짓을 보냈다. 마침 그 순간을 포착한 천자는 드디어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잡았다고 단정했다.

“저런 무엄한 놈을 봤나. 여봐라, 저 사기꾼들을 잡아 당장 참수형에 처하라!”

일이 이렇게 되자, 줄곧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던 언사의 얼굴도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으로 핏기를 잃었다. 심지어 황망하게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 그의 어깨와 팔도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폐, 폐하, 통촉하시옵소서! 배우가 무엄한 짓을 한 점은 죽어 마땅한 죄이오나, 저것이 제가 만든 인형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옵니다. 정녕 믿기지 않으시거든, 제가 이 자리에서 즉시 인형을 해체해 보여드리겠나이다. 통촉하시옵소서!”

말을 마치자 언사는 천자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곧장 배우에게 달려들어 그것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리는 그의 손이 배우의 몸 이곳저곳을 몇 번 더듬자, 조금 전까지 살아 있는 사람 같던 배우 인형은 금방 물감을 입힌 가죽과 나무 조각으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목왕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 부스러기들은 모두 인체의 한 부분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간이며 심장, 콩팥, 쓸개, 허파, 위장, 창자 등의 내장기관은 물론이거니와 근육, 뼈, 관절, 피부, 머리카락과 솜털, 이빨 등등 어느 것 하나 빠진 것이 없었다. 천자는 조금 전의 분노를 잊고, 연신 그 정교한 모양새에 감탄을 터뜨렸다.

언사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곧 평정을 되찾았다.

“폐하, 이제 이것들을 다시 조립해도 되겠사옵니까?”

인형 부품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정신이 팔려 있던 천자는 언사의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쑥스러움을 감추듯 헛기침을 몇 차례 하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사가 다시 조립해놓은 인형은 처음의 배우 모습과 똑같아졌다. 천자는 어느새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있었다.

“놀라운 솜씨로다, 명장이라는 칭호가 부족할 정도로다! 그런데 그 작은 부품들은 각기 어떤 효용이 있는 것인가? 그 또한 인체의 기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가?”

“그렇다고 할 수 있사옵니다. 소인은 아무래도 말주변이 부족한지라, 직접 실험으로 보여드리는 게 나을 듯합니다. 먼저, 이 심장은 말하는 기능과 관계가 있습니다. 보시옵소서.”

언사는 인형의 심장을 빼낸 후, 처음에 했던 것처럼 배우의 턱을 손으로 만졌다. 그러자 배우가 이번에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간에 해당하는 부품은 눈을 뜨게 하는 기능과 관련이 있고, 콩팥에 해당하는 부품은 걷는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것 등이 증명되었다.

“아아, 사람의 솜씨가 조물주와 같을 수 있다니!”

천자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언사와 그의 작품을 수레에 태워 함께 궁궐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뒤로 언사가 또 어떤 신기한 물건을 만들었는지, 당시 함께 가져간 배우 인형이 누구 손에 들어갔는지 혹은 어떻게 없어져버리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비록 나무와 가죽을 주원료로 삼고 아교와 물감을 활용하여 만든 인형이지만, 언사가 제작한 이 인형은 현대의 이른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을 능가하는 면모를 보인다.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생김새에 노래하고 춤추는 동작의 자연스러움까지 겸비한 기능적 차원은 둘째로 치더라도, 인조인간이 천자의 애첩들을 유혹하는 자발성까지 갖추게 한다는 것은 현대에도 여전히 영화에서나 구현되고 있는 놀라운 수준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