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唐] 왕애王涯 봄을 보내며送春詞

봄을 보내며送春詞/ [唐] 왕애王涯

날마다 사람은
헛되이 늙고

해마다 봄은 다시
되돌아오네

더불어 즐김은
술에 있나니

날아가는 꽃잎
아쉬워 마세
日日人空老, 年年春更歸. 相歡在尊酒, 不用惜花飛.(2018.04.25.)

세월에 관한한 인간의 힘은 보잘 것 없다. 날마다 해마다 늙는 줄 알면서도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매년 새봄은 다시 돌아오지만 인간의 늙음은 끝없이 진행된다. 진시황도 한무제도 무소불위의 황제 권력으로 불사약을 구하려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태어난 것은 모두 죽는다. 그 무정함의 표현이 ‘일일(日日)’과 ‘연년(年年)’이다. 「대비백두옹(大悲白頭翁)」에서는 “연년세세(年年歲歲)”, “세세년년(歲歲年年)”이라고 했다. 냉혹한 죽음의 과정이다.

“날아가는 꽃잎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不用惜花飛)”고 토로했지만 이는 기실 아쉬움 짙은 패러독스다. 꽃보다는 술이 있다고 강변하는 이면에는 높은 곳에 매달린 포도를 보고 너무 시어서 맛이 없을 거라 독설을 쏘아대는 여우의 심리가 숨어 있다. 낙화는 꽃의 죽음이다. 꽃은 내년 봄에 다시 피지만 내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술로나마 허망한 청춘을 위로할 수밖에 없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띠리 디디디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한 송이 떨어진 꽃을/ 낙화가 진다고 서러워마라”(「창부타령」) 위의 시와 놀랍도록 똑 같은 모티브다. 그러고 보면 이 노래도 허랑방탕한 향락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인생에 대한 깨달음의 한 측면을 드러내는 듯하다. 꽃 지는 시절, 가버린 내 청춘을 상기하며 또 하나의 ‘명곡’을 보탠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노래가락 차차차」)(사진출처: QQ论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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