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판 마케팅의 ‘상품 믹스매치’ 현황

중국 출판사들의 전통적인 도서 증정품 마케팅 전략이‘시나리오 싱킹’ 개념을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상품 믹스매치’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른바 시나리오 싱킹이란 상품을 디자인할 때나 상품의 유용성을 검증할 때 그 참고 자료로 사용할 목적으로 해당 상품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해보는 사유를 가리킨다. 만약 출판 마케터가 이 사유를 도서 증정품 기획에 적용한다면 아마도 독자들이 증정품을 통해 해당 도서의 핵심 내용을 현실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출판사들의 도서 증정품은 단순히 책의 주요 문장이나 이미지를 새겨 넣은 보조 가방, 파우치, 책갈피, 노트, 클립보드, 텀블러, 머그컵 같은 일부 제한된 종류의 소품에 국한되었다. 물론 이런 소품들 역시 일정 정도 독자들의 도서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기는 하지만 도서와 증정품의 실제적인 상호연관성과 독자 체험의 다양성 면에서 확실히 아쉬움이 존재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몇몇 출판사들이 적극적인 업계 간 협업과 과감한 가격 정책으로 기존 도서 증정품 마케팅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상품 믹스매치’ 방식의 마케팅을 추진, 성공함으로써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참고로 여기에서 ‘도서 증정품’이라는 기존 용어 대신 ‘상품 믹스매치’라는 생경한 말을 쓰는 까닭은, 그 출판사들이 도서에 매칭시킨 다른 상품들이 단순히 도서에 부속되어 도서의 가치를 높여주는 ‘부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독자들의 독서 체험을 현실 세계로 확장해주는 매개체인 동시에 독자적인 교환가치를 지닌 독립적인 상품이었다.

우선 첫 번째 마케팅 사례로 올해 설 연휴 전 상하이역문출판사(上海譯文出版社)가 출시한, 움베르트 에코의 유작 에세이집 《파페 사탄 알레페-액체 사회의 연대기》+‘미네르바 티백 커피’ 한정판 세트를 들 수 있다. 10포들이 티백 커피의 이름은 에코의 다른 저서 《미네르바 성냥갑》에서 가져왔으며 티백 겉면에는 《파페 사탄 알레페-액체 사회의 연대기》에서 뽑은 주요 문장을 인쇄했다. 가격은 단품 도서가 56위안, 세트는 99위안이었는데 출시 즉시 200세트가 다 소화되었으며 이로 인한 마케팅 효과 때문이었는지 도서도 일쇄가 금세 다 팔려 곧바로 재쇄에 들어갔다. 당시 구매 독자들의 블로그를 보면 책을 보며 티백 커피를 음미하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커피의 맛을 음미하듯 좋은 문장을 감상하는 고급 인문 독자들의 취향을 노린 마케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설날에 맞춰 세트를 출시하여 많은 독자들이 새해 선물로 구입했을 것이다.

그 다음 사례는 베이징잔루문화전파유한공사(北京湛庐文化传播有限公司)가 작년 9월 중순에 출시한 《와인 전문가의 24강 클래스》+와인 세트이다. 영국 여왕의 와인 고문이자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인 잰시스 로빈슨의 이 저서를 띄우기 위해 출판사는 역시 와인 전문가인 역자의 자문을 통해 책에서 언급된 수십 종의 와인 중 뉴질랜드 말버러 소비뇽 블랑 한 병과 프랑스 알자스 리슬링 한 병을 택해 책과 세트로 묶어 한정 판매했다. 가격은 단품 도서는 44.9위안, 세트는 500위안이었는데 제품의 특성상 개방된 오프라인 서점에서 팔지 않고 출판사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 회원들에게만 판매했다. 그 반응은 매우 뜨거워서 두 차례 판매 기간 동안 수백 세트가 모두 소화되었다. 이는 반드시 와인을 음미하며 자기 책을 보라고 한 저자의 권유에서 힌트를 얻어 독자 체험의 가능성을 확장한 마케팅이었으며 높은 세트 가격에도 불구하고 역시 추석 명절을 끼고 출시하여 선물용으로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있었다.

중국 출판사들의 상품 믹스매치 마케팅 사례는 이밖에도 월터 아이작슨의 《아인슈타인: 천재의 일생》+아인슈타인 티셔츠 세트(단품 도서 74위안, 세트 148위안)와 차오원쉬엔의 《개똥벌레 왕》+OST(OST는 음악 플랫폼에서 다운로드) 등이 있다. 모두 담당 마케터들이 도서의 성격과 내용을 충분히 파악한 뒤 적절한 상품을 정하고 해당 업계와 긴밀히 협업해 세트 판매를 추진함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서 종이책 마케팅 분야에서 독자 체험 확대를 겨냥한 상품 믹스매치의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더러 출판사들의 새로운 수익모델 모색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