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매요신梅堯臣 토지 신에게 지내는 봄 제사春社

토지 신에게 지내는 봄 제사春社/송宋 매요신梅堯臣

年年迎社雨 해마다 봄 제사 때 비가 와서
淡淡洗林花 깨끗하게 숲의 꽃 씻어 주네
樹下賽田鼓 나무 아래는 지신에 굿하는 북 
壇邊伺肉鴉 신단 곁에는 고기 엿보는 까마귀
春醪酒共飲 봄 술을 내어 와 함께 마시니
野老暮相嘩 시골 노인들 저물도록 시끌벅적
燕子何時至 제비는 어느 때에 오는지
長皋點斜翅 긴 언덕 저 멀리 비껴 나는 새

춘사(春社)는 입춘 후 5번 째 무일(戊日)에 토지 신에게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말한다. 2019년 올해는 지난 22일이 무오일로 바로 그날이다. 춘사에 대비하여 수확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은 추사(秋社)도 있는데 이 역시 입추 후 5번 째 드는 무일이다. 그런데 이날을 계산해 보면 결국 춘분과 추분에서 가장 가까운 무일이 된다. 올해 추사는 9월 18일에 든다.

조선시대에 선농단에 제사를 지내고 왕이 친경 의식을 하고 지역 부로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이 춘사와 그 의미면에서는 통해 참고가 된다. 그러나 이런 민간의 풍속은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산신당이나 성황당에 지내는 동제가 그 역할을 하기에 크게 성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헌을 이리저리 확인해 보면 춘사(春社)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시도 상당수 있어 마음 먹고 연구하면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택당 이식이 왜인에게 답한 문목(問目)을 보면 당시도 중국에서 아주 성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社雨)는 춘사일에 오는 비를 말한다. 당나라 위응물(韋應物)의 시에 ‘춘사일 비는 풍년을 알린다.[社雨報年登]’는 구절이 있다. 첫 2구를 사일의 비로 시작한 것은 시인 역시 풍년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새전(賽田)은 토지신에게 굿을 한다는 말이다. 중국의 춘사는 그냥 제관들이 절만 하는 게 아니라 북을 치며 굿거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음식이 있으니 까마귀가 이걸 먹으려고 엿보고 있는 것 역시 재미있다.

‘봄 술을 내어 와 함께 마시니[春醪酒共飲]’에서 주(酒)는 동사로 ‘술자리를 벌여’의 의미이다. 이런 의미가 나오는 것은 대가 되는 아래 구에 ‘시골 노인들 저물도록 떠드네[野老暮相嘩]’에서 ‘모(暮)’ 역시 부사로 ‘저물도록’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구에는 ‘점(點)’이 역시 술어로 쓰이고 있는데 멀리 아주 작게 나는 새가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2구에서 제비를 말한 것은 제비는 춘사일에 왔다가 추사일에 떠나고 기러기는 반대로 추사일에 왔다가 춘사일에 간다고 하는 고인들의 상식 때문이다.

이 시는 매우 통속적이고 일반 민중들의 생활에 밀착된 시이다. 그래서 시도 평담하면서도 당시의 풍속을 아주 잘 그려내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당송 시대 율시만을 골라 엮은 《영규율수(瀛奎律髓)》의 저자 원나라 방회(方回, 1227∼1306)는 “춘사시에는 5언 율시가 전혀 없고 이 시만이 아름답다. 담박한 가운데 진한 맛이 있다.[淡泊中, 有醲醇味]”라고 평하였다.

한편, 송나라 포적중(蒲積中)은 세시 풍속을 노래한 시를 모아 《세시잡영(歲時雜詠)》을 편찬하였다. 여기에 보면 추사(秋社)에 대한 시는 없고 춘사는 매요신이 주요 작가인 것을 알 수 있다. 한시는 그 소재가 매우 광범위하여 어떤 분야의 연구자에게도 영감을 주거나 주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많다. 다만 찾지 않을 뿐이고 찾아도 그 맥락을 잘 알지 못할 뿐이다. 이처럼 세시 풍속과 관련한 시는 매우 많기 때문에 일부 한정된 자료를 벗어나서 광범위하게 자료를 살피고 세시 풍속도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요신(梅堯臣, 1002~1060)은 북송 시기 구양수(歐陽脩, 1007~1072)와 비슷한 시기에 산 시인이다. 구양수와 함께 시로 이름이 났으며 구양수의 천거를 받기도 하였다.

明 張翀, <春社圖> 사진 출처 artr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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