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杜甫두보 절구絶句 其一

절구絶句 其一/唐당 두보杜甫

遲日江山麗 봄날이라 강산은 수려하고
春風花草香 봄바람에 화초도 향기롭네
泥融飛燕子 제비는 녹은 진흙 물고 날고
沙暖睡鴛鴦 원앙은 따뜻한 모래톱서 조네

764년 늦봄, 두보가 53세 때에 성도에서 지은 시이다. 4구가 모두 대구로 이루어져 있다. 지일(遲日)은 봄날이라는 뜻이다. 68번 두심언(杜審言)의 <도상강(渡湘江)>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1구는 봄 햇살 아래 수려한 강산의 모습을, 2구는 봄바람 속의 향기로운 화초를 노래하였는데 이런 대구의 구사를 위해 반드시 춘일(春日)이 아닌 다른 말이 필요한 것이다. 화초(花草)는 앞의 강산과 짝을 이루어 꽃과 풀들을 광범위하게 지칭하고 있다.

봄이 와 진흙이 녹으니 제비가 와서 집을 짓기 위해 날아다니고 모래톱의 모래가 따뜻하니 원앙이 잠을 잔다는 내용을 매우 회화적으로 묘사해 놓았다. 앞의 2구가 원경과 중경이라면 이 2구는 근경이다. 하나는 동경(動景), 하나는 정경(靜景)을 골라 역시 봄에 움직이는 사물들을 포괄하는 효과를 낸다. 만약 이 시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봄바람 속의 화초 향기’는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절구(絶句)>라는 제목의 이 시는 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뒤의 다른 한편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면 학교에서 배워 잘 아는 시일 것이다. 참고삼아 같이 붙여둔다.

江碧鳥逾白 강이 파라니 새 더욱 희고
山青花欲然 산이 푸르니 꽃 불이 일듯
今春看又過 올 봄도 보면서 또 보내니
何日是歸年 언제나 고향에 돌아갈는지

연(然)의 연(燃)의 의미이다. 화욕연(花欲燃)은 꽃에 금방 불이라도 붙을 것처럼 붉다는 말이다.

첫 수의 정교한 대구와 달리 이 시는 전 2구는 대구를 쓰고 후 2구는 산구(散句)를 썼다. 첫수는 주로 경치를 묘사한 것이지만 이 시는 서정에 무게 중심이 있는데 3구에서 정교한 대구를 깨어 파란을 준 것이 사향(思鄕)으로 인한 시름을 표현하는데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 시의 ‘우(又)’ 한 글자에 깊은 묘미가 있는 것을 고래의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는데 역시 묘미가 있다. 앞 2구에서 선명한 대조적 심상을 사용한 것이 오히려 우(又)에 더 큰 무게를 주는 듯하다.

두 편의 시를 함께 읽어도 좋고 개별 작품으로 따로 떼어 읽어도 좋고 앞 시는 앞 시대로 좋고 뒤의 시는 뒤의 시대로 좋다.

사진 출처 欽州報業

365일 한시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