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우량사于良史 봄 산의 달밤春山夜月

봄 산의 달밤春山夜月/당唐 우량사于良史

春山多勝事 봄 산에는 완상할 것들이 많아
賞玩夜忘歸 갈 생각 잊고 밤까지 빠져 있네
掬水月在手 물을 손에 뜨면 달이 손에 있고
弄花香滿衣 꽃을 만지면 꽃향기가 옷에 가득
興來無遠近 흥이 나선 거리를 따지지 않았고
欲去惜芳菲 가려 하니 방초에 미련이 남네
南望鳴鍾處 종소리 울리는 남쪽을 바라보니
樓臺深翠微 짙은 숲 저 멀리 누대가 희미하네

봄 산의 완상에 푹 빠져든 체험을 비단 짜듯 엮어 놓은 시이다.

뛰어난 경치를 승경(勝景)이라 하니 그런 승경을 감상하는 일이 승사(勝事)이다. 바로 이어지는 말에 상완(賞玩), 즉 감각 기관으로 감상도 하고 손으로 만져 보기도 하는 일을 말한다. 손으로 물을 떠서 그 안에 달이 있는 것을 마셔 보기도 하고 옷에 향기가 베일 정도로 꽃을 찾아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즐기고 있기에 승경(勝景)이라 쓰지 않고 승사(勝事)로 썼으며, 다시 상완(賞玩)이란 말로 받고, 이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한 것이다. 첫 구에서 4구까지 시어와 시상이 인과적으로 이어져 있으며 추상에서 구체적 표현으로 전개되고 있다.

3, 4구는 참으로 멋진 대구라 할 만한데 이러한 대구만 모아놓은 《추구(推句)》에도 수록되어 있다.

흥이 날 때는 멀고 가까운 곳을 따지지 않고 이리저리 감상하며 산 깊이 들어왔고 이제 날이 저물다 못해 밤이 되었는데도 미련이 남는다. 흥이 날 때의 상황과 돌아갈 때의 아쉬움이 절묘한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제목에서는 달밤이라 하였지만 종소리를 들은 것 보면 저녁에서 바로 밤이 시작되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봄 산의 아름다운 정경과 멀리 산사에서 들리는 종소리가 어울려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시를 쓴 우량사(于良史)는 시어사, 감찰어사 등 고관도 지낸 관료인데 5언시의 대구를 특히 잘했다는 평이 있다.

오늘이 경칩(驚蟄)인데 미세먼지가 6일째 계속 된다. 일에 매어있지만 마음만이라도 오래 움츠렸던 개구리처럼 튀어나가 멀리 봄 산을 소요하고 싶어진다.

사진 출처 花果山传奇 blog.sina.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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