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 그리운 강남憶江南

그리운 강남憶江南/백거이白居易

江南好 강남이 좋으니
風景舊曾諳 옛날에 본 풍경 눈에 선하네
日出江花紅勝火 해 뜨면 강변 꽃들 불꽃보다 붉고
春來江水綠如藍 봄 오면 강의 물결 쪽빛처럼 푸르지
能不憶江南? 이런 강남이 어이 아니 그리우랴

이 작품은 사(詞)로 원래 당나라 때 이덕유(李德裕)가 죽은 기생을 애도하기 위하여 <사추낭(謝秋娘)>이란 사를 지었다가 나중에 망강남(望江南)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덕유가 만든 사보를 백거이가 다시 <억강남(憶江南)>으로 바꾼 것이다. 운자는 암(諳), 남(藍), 남(南) 3 글자이다. 따라서 앞 2구는 연결해 번역하고 가운데 긴 대구는 대구의 운율을 잘 살려야 하고 마지막 구는 앞의 내용을 정리하는 구조로 번역해야 한다.

이 시는 동일 제목에 3수의 시가 있는데 이는 그 첫 수이다. 나머지 2수는 억강남(憶江南)으로 시작한다. 두 번째 시에 강남에서 항주가 가장 그립다는 대목이 있어 그런지 항주 서호에 가면 이 시를 적은 부채를 판다.

백거이(白居易, 766~846)는 강남에 3번 갔다. 815년에 오늘날 구강(九江)이라는 곳에 강주사마로 좌천되어 간 이래, 822년엔 항주자사, 825년엔 소주 자사를 지냈다. 강주 사마로 갔을 때는 비파행을 지었고 항주 자사로 갔을 때는 서호의 제방을 쌓았으며 소주 자사로 갔을 때는 지금 소주의 중심 거리인 산당가(山塘街)를 만들었다.

이 시는 이로부터 세월이 좀 지난 837년에 낙양서 지은 시이다. 이 시의 구체적인 풀이나 내용은 인터넷에도 많고 하므로 여기서는 백거이가 그리는 강남에 대해 간단히 말해본다.

강남(江南)이라 하는 곳은 장강 남쪽을 말하지만 대개 소주와 항주 일대를 말한다. 나는 소주와 항주, 상해의 문화 유적과 박물관 전시를 보러 몇 번 가 보았는데 이들 박물관은 서화 관련 전시 수준이 아주 높다. 항주의 절강성 박물관에 가면 왜 강남이 부유하게 되었나를 알기 쉽게 전시한다. 강남은 농업 생산력이나 소금, 비단 생산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곳도 있을 정도여서 중국서 가장 부유한 곳이다. 이러한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특히 소주 일대에는 수많은 문인과 서화가들이 살아 과거 급제자도 많고 전반적으로 교양 수준이 높다. 게다가 기후는 따뜻하고 물이 풍부하여 경관이 더욱 좋다.

항주에는 서호가 있고 소주에는 수많은 원림이 있다. 태호를 둘러싸고 많은 문인과 서화가의 고거가 있다. 부호들과 장서가, 문인들이 이 주변에 많다 보니 자연 술과 풍류가 발달하였다.

이 시에서는 강남의 풍경만 말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이런 윤택한 삶이 있는 것이다. 실제 이어지는 2편의 시에서 항주의 산사와 호수, 소주의 오궁과 술, 미녀를 언급하여 그런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이기 때문에 시보다 보다 솔직하게 내면이 표현되어 있다.

운문을 시와 사로 갈라 책을 묶다 보니 백거이 시집에는 이런 사가 수록되어 있지 않은데 백거이를 소개하는 해제에서도 이런 작품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장르로 나눈 책이라 하더라도 그 작가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작가의 중요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을 언급해야 작가의 면모를 잘 이해하게 된다.

산당가山塘街 사진 출처 cqtimes.cn

365일 한시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