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宋] 유자휘劉子翬 이른 떠남早行

이른 떠남早行/ [宋] 유자휘劉子翬

마을 닭이 이미
새벽 알리니

새벽 달은 점점
빛을 잃누나

갈 사람 곧장
떠나고 나자

잔약한 등불만
빈 역 비춘다
村雞已報晨, 曉月漸無色. 行人馬上去, 殘燈照空驛.

느낌은 구체적 형상이 없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류(氣流)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감각으로 느낌을 포착할 수 있다. 물론 감각을 초월하여 감지되는 이심전심의 느낌도 있다. 심지어 느낌은 짧은 메시지나 전화기를 통해서 전달되기도 한다. 인간 뿐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조차도 주위와 느낌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구체적 형상이 없는 느낌을 문학이나 예술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설적이게도 구체적 형상에 의지해야 한다. 유명한 영화감독 리안(李安)은 그의 대표작 「와호장룡(臥虎藏龍)」을 어떤 느낌에 관한 영화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것은 감미롭고 은밀하고 애절하고 안타까운 느낌이다. 리무바이(李慕白: 周潤發 분)는 자기 사형(師兄)이자 친구의 약혼녀 위슈롄(兪秀蓮: 楊紫瓊 분)을 사랑한다. 그러나 슈롄은 약혼남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와의 의리 때문에 리무바이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두 사람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느낌은 애틋함과 안타까움이다. 청명검을 훔쳐서 강호 협객을 꿈꾸는 위자오룽(玉嬌龍: 章子怡 분)과 리무바이 사이에도 미묘한 느낌이 감지된다. 신중하고 속 깊은 슈롄의 행동에 비해 자오룽의 행동은 발랄하고 감각적이다. 무바이는 그런 자오룽에게 무당파의 비결을 전해주려 한다. 두 사람 사이에도 말없는 사랑의 느낌이 교차한다. 무바이가 독침에 맞아 죽은 후 자오룽은 무당산 절벽으로 몸을 던진다.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남기고… 「와호장룡(臥虎藏龍)」은 무협이란 외피를 빌려 느낌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한 영화다.

이 시도 느낌에 관한 시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고 달빛이 희뿌윰한 시각, 어느 시골 역참에 새벽닭이 운다. 나그네인지 벗인지 애인인지 알 수 없는 행인(行人)이 이른 새벽에 길을 떠난다. 희미하고 어두운 길로 사람의 뒷모습은 가뭇없이 사라지는데, 가물가물 꺼져 가는 등불은 역참의 텅 빈 공간을 휑하니 비춘다. 아쉽고 적막하고 고독한 느낌이 시골 역참을 감싼다. 느낌에 관한 형상화가 탁월하여 시공을 초월한 보편성을 얻었다. 이른 새벽 열차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현대 어느 시골 역사의 스산한 풍경이라 해도 믿어질 정도다. 느낌 아시리라.(사진출처: 網易撮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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