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한유韓愈 이른 봄에 수부원외랑 장적(張籍)에게 드림早春呈水部張十八員外

이른 봄에 수부원외랑 장적張籍에게 드림早春呈水部張十八員外/당唐 한유韓愈

天街小雨潤如酥 장안의 대로 우유처럼 적셔주는 보슬비
草色遙看近却無 멀리선 보이던 풀빛 가까이선 안 보이네
最是一年春好處 지금이 일 년 중 봄이 가장 좋은 때
絕勝煙柳滿皇都 장안에 푸른 버들 넘칠 때보다 훨씬 낫네


이른 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시이다.

제목의 수부(水部)는 상수도 등을 관장하는 관서명이고 십팔(十八)은 형제 서열이 18번째라는 의미이다. 최시(最是)는 ‘가장’, ‘무엇보다도’ 등의 의미이다. 自是(본래, 당연히), 要是(요컨대), 眞是(정말로), 總是(모두) 등에 쓰이는 是는 접미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동사가 아니다. 絶勝은 아주 주의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는 뛰어난 경관의 의미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뒤의 ‘煙柳滿皇都’를 받아서 그것보다 ‘현격히 뛰어나다’의 의미이다. 소(酥)의 기본적 의미는 우유를 응축한 치즈 같은 것인데 희우(喜雨)와 윤물(潤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가 <<천가시>>에는 <초춘소우(初春小雨)>라는 제목으로 7언 절구에 편입되어 있는데, 본래 한유(768~824)가 장적에게 보낸 시로 2편으로 지어진 시이다. 한유와 장적은 동갑으로 서로 친한 사이다. <<고문진보>>에 <중답장적서(重答張籍書)>라는 글이 있는데 바로 이 장적에게 보낸 한유의 편지이다. 그 편지를 보낼 때는 40세 이전이라 뜻이 강개한데 이 시는 한유의 나이 56세인 823년에 지어졌으니 그만큼 원숙기의 심미안을 느낄 수 있다. 죽기 1년 전의 작품이다. 뒤의 한 수를 더 본다.

莫道官忙身老大 바쁘다고 늙었다고 말하지 마시라
即無年少逐春心 그럼 봄을 즐기는 젊은이 마음 없는 게지
憑君先到江頭看 먼저 강가에 한 번 나가 둘러보시게
柳色如今深未深 버들 색이 지금 얼마나 짙어졌는지

앞의 시만 보면 잘 모르겠는데 뒤의 시를 보고 나니 이 시 2편은 편지로 적어 보낸 시이며 한유가 장적에게 ‘공무로 바쁘다’, ‘이제 늙었다.’ 이런 핑계 대지 말고 한 번 강가로 나가 버드나무 색깔을 감상해 보라는 시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시를 예전에 앞의 시만 번역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두 편을 다 읽어보면서 글이란 역시 전후 맥락을 알고 전체를 봐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중답장적서>를 보면 편지를 주고받으며 진지하게 문장을 논하는 사이로 보이는데 이 시를 보면 장적이 공무에 바빠 봄 구경 가자는 한유의 권유를 못 받아들일 정도로 바빴던 모양이다.

봄을 처음 느낄 무렵, 버들에 봄이 왔는지 멀리서 보면 누런색이 돌지만 가까이서 보면 가지가 잘 안 보인다. 이것을 살펴보라는 이 시의 마지막 구와 잘 조응이 되는 앞 시의 草色遙看近却無는 참으로 뛰어난 조춘의 가구(佳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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