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심언杜審言 진릉(晉陵)의 현승(縣丞) 육 선생의 시 <이른 봄에 놀러 나가 멀리 바라보다>에 화답하여和晉陵陸丞早春遊望

진릉(晉陵)의 현승(縣丞) 육 선생의 시 <이른 봄에 놀러 나가 멀리 바라보다>에 화답하여和晉陵陸丞早春遊望/당唐 두심언杜審言

獨有宦遊人 홀로 객지에서 관직 생활을 하니
偏驚物候新 유난히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네요
雲霞出海曙 구름과 노을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새벽이나
梅柳渡江春 매화와 버들이 강을 건너오는 봄에도
淑氣催黃鳥 따뜻한 봄기운 꾀꼬리 울음을 재촉할 때나
晴光轉綠蘋 화창한 봄 햇살 부평초를 자라게 할 때에도
忽聞歌古調 뜻밖에 당신이 노래한 고아한 시를 듣자니
歸思欲霑巾 고향에 가고 싶어 눈물이 나려 하네요
벗이 지은 시에 화답한 시라 이를 염두에 두고 번역하였다.

두심언(杜審言,645~708)은 시성 두보의 조부인데 이 시를 보면 두보의 그 절묘한 대구들이 조부를 의탁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특히 ‘구름과 노을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새벽이나 매화와 버들이 강을 건너오는 봄’과 같은 구절은 절로 몸을 움직이게 하고 손바닥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아마 지금 남해 바다 어디라도 가면 새벽에 해가 뜰 무렵 찬란한 구름과 안개가 바다에 피어나는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섬진강이나 하동 어디쯤에는 매화와 버들이 강 건너편에 대군처럼 몰려와 눈을 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이 시에 바다와 매화와 버들의 언급을 미루어 이 시는 두심언이 강남에 있던 689년 무렵에 지어진 시로 추정된다. 제목에 육승(陸丞)이라 한 것은 육씨 성을 가진 승(丞) 벼슬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승은 우리나라로 치면 역의 찰방 비슷한 관직이다. 이 사람을 육원방(陸元方)이라고도 한다. 진릉(晉陵)은 오늘날 강남 무석(無錫) 옆에 있는 상주(常州)를 말한다.

두심언이 이 상주 고을의 강음현(江陰縣)에서 벼슬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아마 두 사람은 동료로 지내다가 봄도 오고해서 바람 쐬러 나갔다가 육승이 먼저 한 수 읊자, 이에 두심언이 화답하여 이 시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제목에 <이른 봄에 놀러나가 멀리 바라보다(早春遊望)>라고 한 것이나 마지막 부분에 ‘홀연히 고조를 노래하는 것을 들으니(忽聞歌古調)’라고 한 것은 그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 시의 풍물은 대체로 강남의 봄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데 두심언의 직접 체험에서 우러난 것으로 보인다. 두심언은 <<좌전>>의 주석을 낸 진나라 장군 두예(杜預)의 후손으로 고향이 양양(襄陽)이다.

앞에 경물을 묘사하고 이어 자신의 정감을 드러내는 여느 시의 표현 방식과는 달리, 이 시는 마치 신문 기사처럼 먼저 헤드라인을 뽑고 이어 구체적 근거를 중간에 제시한 뒤에 다시 마지막에 주제를 강조하면서 글을 정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일종의 정중경(情中景)의 구조라 할 수 있는데 형식적으로는 바깥의 정(情) 부분이 중요하지만 실제 핵심은 가운데의 경물 묘사에 있다.

物候라는 말은 기후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수목이나 금조 등 자연 물상이 변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병렬 복합어로 본 번역이 많다. 轉綠蘋은 부평초가 햇살을 받아 점점 자라나고 색깔이 짙어지는 것을 말한다. 蘋은 개구리밥, 부평초, 네가래 등으로 불리는데 중국에서는 흔히 전자초(田字草) 라고 한다.

나는 이 시에서 ‘梅柳渡江春’이라는 구절이 너무도 좋은데 우리나라 시인들은 偏驚物候新을 주로 차용했다. 淑氣催黃鳥와 晴光轉綠蘋을 보면 이 시인의 안목이 예사롭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역시 천하의 두보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이 시는 <<당시배항방>>에 43위에 올라 있다.

첨부 그림 : 고시학습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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