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위수魏收 납절臘節

납절臘節/ 북제北齊 위수魏收

凝寒迫清祀 엄동이라 청사(淸祀)가 가까운데
有酒宴嘉平 가평(嘉平)에 술자리 열겠네
宿心何所道 가슴 속의 말 어디에 터놓으리
藉此慰中情 이 기회에 속마음을 위로하지

납절은 음력 12월 8일을 말하는데 이를 납제(臘祭)라고도 한다. 하나라 때는 가평(嘉平)이라 하고 은나라 때는 청사(清祀)라 하고 주나라 때는 대랍(大蠟)이라 하고 한나라 때는 蠟을 臘으로 고쳐 대랍(大臘)이라 하였다. 본문에 여러 단어로 표현된 것은 납제의 그런 전통을 보인 것이다.

중국사는 주로 화이(華夷) 사상의 영향을 받아 한, 당, 송, 명의 왕조는 자세하게 배우고 원, 청이나 전란기의 단명 왕조나 북방의 역사에 대해서는 소략하게 서술하는 점이 있고 우리도 그 영향을 받아 그런 시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시기에도 똑 같이 사람이 살고 문인은 시를 쓰고 장군은 무공을 세우고 청춘남녀는 결혼을 했다.

북제는 신라와도 교류한 나라인데 춘추시대 제나라 지역인 산동과 화북 일대에 수립한 나라로 550~577년간 유지된 단명 왕조이다. 이 시를 지은 위수(魏收, 506~572)는 북제 때의 고관이자 문인이었는데 나라의 중요한 문서가 주로 이 사람 손에서 나왔다 한다.

우리나라에선 동지 뒤 3번째 미일(未日)로 정하여 올해는 지난 화요일 기미일이 납일이 된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가진 다이어리나 주변 달력에 납일(臘) 표기가 전혀 없고 책력을 꺼내 날짜를 짚어가니 납향이라 간단하게 표기되어 있다. 조선시대 승정원일기나 문집 등에 납일이나 납향을 검색하면 무수한 사례들이 나오는데 지금은 민간에서 거의 전통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달력을 검색하여 찾아가니 12월 8일에 해당하는 양력 1월 13일에 납팔절(臘八節)이라 표기해 놓았다. 아마도 중국에서는 납일을 지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그렇다면 이 시를 13일에 배치해야 하는데 달력을 만든 사람의 정성이 조금 부족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

예전 그림이나 편지 등에 보면 납(臘)이라고 쓴 글자를 많이 만나게 된다. 납제가 있는 달이라 12월을 납월(臘月)이라 하기에 ‘납’ 한글자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자도 복잡하고 대개 초서로 씌어져 잘 알아보기 어려울 때도 많지만 사용 빈도가 매우 높아 고서나 고화를 다루는 사람이면 반드시 납월과 납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납제는 한 해의 농사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제사이므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 추석 무렵에는 사실 수확이 채 시작되기 전이라 ‘추수감사절’이란 말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한 해를 돌아보고 고마움을 표하며 마음속의 말들을 한 번 해 보는 이 납제가 사라진 것은 퍽 아쉬운 일이다.

인터넷에 자료를 찾아보면 이날과 관련한 민속놀이도 많고 제사도 여러 종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산골에서 자라나 납제와 관련한 추억이 기억나지 않는다. 납제와 관련한 추억이나 잘 아는 분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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