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독립서점

독립서점은 일반적으로 거대 자본과 유통업체에 의지하지 않고 주인의 독특한 취향이나 전문적인 컨셉트에 따라 운영되는 작은 서점을 뜻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특색 있는 독립서점들이 화제가 되어왔고 동시에 독립서점에서만 유통되던 독립출판물이 일반 서점계에까지 넘어와 유명세를 떨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도 독립서점이라는 개념이 존재할까? 출판계에도 일반인들 사이에도 확실히 한국과 동일한 이름으로 ‘獨立書店’이라는 용어가 존재하기는 한다. 그리고 난징의 셴펑先鋒서점, 베이징의 완성萬聖서점 그리고 이미 문을 닫기는 했지만 상하이의 지펑季風서점 등이 해당 지역의 문화적 랜드마크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특수성 때문에 중국 ‘독립서점’의 개념은 우리와 달리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개념으로 이에 대해서는 중국 독립서점계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베이징 완성서점의 창립자 류쑤리劉蘇裏가 “권위, 시장, 독자, 정치, 자기 자신으로부터 독립된 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개념은 서점이라는 공간을, 자유로운 지식인들의 소통이 이뤄지는 인문학적 ‘공공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서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허용된 시점은 1996년으로 겨우 20년이 조금 넘었다. 그 전까지는 국영 프랜차이즈 서점인 ‘신화서점’이 전국 도서 유통망을 다 장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많은 지식인들이 당국의 권위, 상업주의적 시장과 독자, 일원론적인 정치 그리고 편협한 시야의 경영자 자신으로부터 독립된 서점을 갈망했고 위에서 언급한 초기 독립서점들은 모두 이런 시대적 배경 아래 탄생하였다.

그러나 ‘인문학적 공공 공간’이라는, 중국 독립서점의 첫 번째 개념은 작년 상하이 지펑서점의 폐점을 전후로 하여 두 번째 개념, 즉 ‘개성적인 복합문화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크게 이동하였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세제혜택과 융자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오프라인 서점 지원책과 민간 문화자본의 투여에 힘입어 이런 개념의 독립서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선 ‘복합문화 공간’의 모델별로 살펴보면 ‘서점+커피숍’ 모델의 전국체인 옌지여우言幾又서점, ‘서점+문화 이벤트 공간’ 모델의 베이징 단샹제單向街서점, ‘서점+아카데미’ 모델의 산둥 지난濟南 지펑서점이 있고 진열 도서의 테마별로 살펴보면 외국서적을 파는 베이징 라오수충老書蟲서점, 외국 독립출판물을 파는 청두成都의 우짜오無早서점, 여행 서적과 수제 엽서를 파는 톈진天津의 톈탕스광天堂時光여행서점이 있다. 이밖에도 24시간 운영을 특징으로 하는 카페형 서점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중국형 독립서점’의 활약 때문인지 「2017년 중국 도서소매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전체 오프라인서점 매출은 344억 2천만 위안(한화 약 5조 5,000억원)을 기록,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2016년과는 달리 2.33% 성장했다. 이 수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중국 출판산업 평균 성장률 13.46%에는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2012년 중국 전체 도서소매시장 매출에서 채 20%도 안 됐던 온라인서점 비중이 2018년 현재 58.6%까지 치솟은 것과, 오늘날에도 중국 도시의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오프라인 서점은 독립서점의 발전에 힘입어 출판유통의 온라인화,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우리와는 다른 중국 독립서점의 개념을 다시 떠올려봄으로써 양국 독립서점의 근본적인 차이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중국의 독립서점 개념에는 기존 출판, 유통 체제와 거대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의미가 빠져 있다. 거대 민영 문화자본이 투자한 프랜차이즈 서점이라 해도 그것이 새로운 인테리어, 경영모델, 도서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면 흔히 ‘독립서점’이라 불리곤 한다. 심지어 국영 출판사가 경영 다각화 차원에서 설립한 테마 서점까지 독립서점으로 혼동되곤 한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차이를 든다면, 그것은 중국 독립서점에는 ‘독립출판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의 출판물은 ISBN을 획득하지 못하면 출판, 인쇄, 유통이 모두 불가능하다. 오로지 정식으로 중국 검열 당국의 허가를 얻고 국영출판사로부터 ISBN을 제공받은 출판물만 독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중국 독립서점들이 해외 도서와 잡지를 수입해 진열함으로써 자신들의 ‘독립성’을 초라하게 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어느 출판인은, “중국에서 독립출판이 처한 문제는 ‘제한’이다. 유효한 ISBN이 없거나, 국내에서 신청한 ISBN이 아니면 국내 판매를 해도 다 ‘불법출판물’에 속한다. 우리는 그것을 ‘지하출판물’이라 부른다. 이런 책을 파는 서점은 반드시 단속과 몰수를 당한다. 당연히 중국의 도서심사제도도 엄격하다. 이런 상황은 꽤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오늘날의 중국 독립서점은 미완의 독립서점으로서 단지 자본주의 출판유통시장에서 외관과 경영의 차별화를 꾀하는 ‘민영서점’일 뿐이다. 게다가 ‘인문학적 공공 공간’의 확보를 꾀하던 전통적인 독립서점의 퇴조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독립서점은 갈수록 상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 상업화의 방향에서 그래도 일부는 지역적, 문화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작은 서점화로 나아가겠지만 전체적인 기조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