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화의-왕유王維 더위를 식히며納凉

더위를 식히며納凉/왕유王維

喬木萬餘株, 큰키나무 만 여 그루
淸流貫其中. 맑은 강물 그 사이를 꿰뚫고 흐른다.
前臨大川口, 앞으로 큰 강어귀를 마주하고
豁達來長風. 확 트여 장풍 불어온다.
漣漪涵白沙, 잔물결은 흰모래 속으로 잠겨들고
素鮪如游空. 은백색 물고기 허공을 헤엄치는 듯.
偃卧盤石上, 너럭바위 위에 드러누워 있으니
翻濤沃微躬. 출렁이는 물결이 미천한 몸 씻어준다.
漱流復濯足, 흐르는 물로 양치하고 발 씻으며
前對釣魚翁. 앞쪽에 고기 낚는 노인을 마주한다.
貪餌凡幾許, 미끼 탐내는 물고기 얼마나 될까?
徒思蓮葉東. 그저 연잎 동쪽만 생각할 텐데.

[해제]

울창한 나무의 그늘이 가려주고 바람이 부는 물속 너럭바위에 누워있으면 흐르는 물이 저절로 몸을 씻어준다. 전기가 없던 시절, 무더운 여름날 최고의 피서법이 아닐까한다. 이것이 바로 왕유식의 피서법이라 하겠다. 몇몇 문인의 피서법을 소개해본다.

1) 도연명의 피서법: “5, 6월에 북쪽으로 난 창 밑에 누워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복희씨 이전 사람이 된 듯하다.(五六月中,北窗下臥,遇凉風暫至,自是羲皇上人.)(도연명 <아들 엄 등에게 주는 글(與子儼等疏)>)

2) 이백의 피서법: “백우선 흔들기 귀찮아 푸른 숲속에 알몸으로 들었다. 망건 벗어 돌 벽에 걸고 머리 들어내 송풍으로 식힌다.(懶摇白羽扇, 裸體体靑林中. 脫巾掛石壁, 露頂灑松風.”)(이백 <夏日山中>)

3) 백거이의 피서법: “무엇으로 짜증나는 더위 삭일까, 집안에 단정하게 앉는다네. 눈앞엔 걸치적거리는 물건 없어, 창 밑으로 시원한 바람 들어온다. 열기 흩어짐은 마음이 고요하기 때문이고, 서늘함이 감도는 건 방안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 이때 스스로 터득한 것이니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는 더욱 어렵다네.(何以消煩暑, 端居一院中. 眼前無長物, 窗下有清風. 散熱由心靜, 凉生爲室空. 此時身自得, 難更與人同.)”(백거이 <더위 식히며(消暑)>) 한여름의 열기는 밖에서 들어오고 마음이 갑갑함은 내 몸 안에서 생기는 법이다. 마음이 고요해야만 몸도 시원해진다고 하겠다. 이것이 백거이의 피서법이다.

3) 이어의 피서법: “일 없는 것을 영광으로 삼으니 여름에는 손님을 방문하지 않고, 찾아올 손님도 없다. 두건을 쓰지 않을뿐더러 적삼과 신발도 벗어버린다. 때로 알몸을 어지러운 연잎 사이에 넣으면 마누라와 아이들도 찾을 수 없다. 간혹 긴 소나무 아래에 누우면 원숭이와 학이 지나가도 모른다. 폭포에 벼루를 씻고 적설로 물 끓여 햇차를 타보기도 한다. 오이를 먹고 싶으면 문밖에 오이가 나며, 과일을 먹고 싶으면 과일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진다. 인간세상의 기이한 한가로움을 다하고, 살아서의 지극한 즐거움을 누린다고 하겠다.(以無事爲榮,夏不謁客,亦無客至,匪止頭巾不設, 併衫履而廢之. 或裸處亂荷之中, 妻孥覓之不得. 或偃卧長松之下, 猿鶴過而不知. 洗硯石于飛泉, 試茗奴以積雪. 欲食瓜而瓜生户外, 思啖果而果落樹頭,可謂極人世之奇閑,擅有生之至樂者矣.)” 이어(李魚) <한정우기(閑情偶寄)>(권6)

오언고시 상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