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융욱戎昱 이른 매화早梅

이른 매화早梅/ 융욱戎昱

한 그루 차가운 매화
새하얀 옥 가지

마을 길 저 멀리
시내 다리 곁에 피었네

물 가까워 꽃이 먼저
피어난 줄 모르고

봄 왔어도 눈이 아직
안 녹았나 의심했네
一樹寒梅白玉條, 迥臨村路傍溪橋. 不知近水花先發, 疑是經春雪未銷.

아직 봄은 멀지만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으로 매화 시 한 수를 더 올린다. 물론 앞으로도 매화 시는 더 이어질 것이다. 본래 어떤 꽃이든 시내 곁 양지쪽 화초가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해준다. 이 시도 그렇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인은 매화와 눈을 연관시키면서도 흔히 우리에게 익숙한 눈 속에 핀 매화를 읊지 않았다. 저 멀리 시내 옆 매화나무에 백옥 같은 하얀색 그 무엇이 물들어 있다. 아직 매화가 피기는 너무 이른 철이라 지난번에 쌓인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고 의심한다. 그런데 천천히 다가가 본 결과 그것은 눈이 아니라 일찍 핀 매화다.

겨울 눈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녹아서(化) 봄을 맞는 매화로 피어난다. 눈 속에 핀 매화가 아니라 눈이 바로 매화다. 눈이 녹아(化) 초목으로 화(化)하고 초목(艸)이 화(化)하여 꽃(花)이 된다. 봄은 그렇게 아무로 모르게 우리 곁에 다가온다. “물 가까운 누대에 먼저 달이 떠오르고, 양지 향한 꽃나무가 쉽게 봄을 맞이하는(近水樓臺先得月, 向陽花木易爲春)” 법이다.

한시, 계절의 노래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