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주첨기朱瞻基 사계절 경치四景 넷째

사계절 경치四景 넷째/ 주첨기朱瞻基

못 머리에 육각 눈꽃
자욱이 휘날리니

못물은 물결 없이
얼어붙어 평평해지네

유리판 삼만 이랑
한 눈에 바라보이고

서북쪽 좋은 산엔
옥 병풍 펼쳐놓네
池頭六出花飛遍, 池水無波凍欲平. 一望玻璃三百頃, 好山西北玉爲屏.

일망무제의 호수에 눈발이 쏟아진다. 호수 물은 갓 얼어붙어 투명한 유리판 같다. 호수 건너 서북쪽 산은 평소에도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했는데 이제 눈이 쌓이자 봉우리와 골짜기와 바위와 초목이 모두 백옥으로 조각한 병풍으로 변한다. 수평으로 펼쳐진 유리 호수와 수직으로 치솟은 옥 병풍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청정한 겨울 경치를 자랑한다. 눈 덮인 산에 올라본 분들은 잘 아시리라. 눈과 상고대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산길을 걸으면 마치 산호초 우거진 바다 속을 산보하는 착각에 빠진다. 용궁이 따로 없다.

호수나 강물이 처음 얼어붙은 모습은 어떤가? 날씨가 추워 강물이 갓 얼어붙으면 얼음이 너무나 투명하여 강물 속이 낱낱이 들여다보인다. 유리판이라는 비유가 과장이 아니다. 대략 5cm 정도 얼어붙으면 얼음 위를 걸을 수 있게 되는데, 아직은 얼음의 강도가 세지 않아 얼음 위를 걸을 때마다 쩌정 쩌정 소리가 난다. 혹시라도 얼음이 깨지지 않을까? 깨지는 경우도 많다. 깨지면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차가운 겨울 강물 속으로 빠진다. 그러므로 얼음이 처음 얼 때는 깊이가 한 길 이상 되는 강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사람 허리 정도 깊이까지는 괜찮다. 쉽게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빙등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얼음이 갓 얼어 강바닥까지 보이면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때 물고기 중에서도 굵은 놈이 눈에 띄면 물고기 바로 위 얼음을 도끼로 쩡쩡 내리치며 물고기를 따라간다. 그럼 물고기가 도망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죽은 듯 멈춰선다. 그 때 얼음을 깨고 작살로 물고기를 찍어 꺼내면 사냥은 끝난다. 이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겨울 천렵을 ‘빙등’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모닥불에 옷을 말리며 구워먹으면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겨울 시를 읽다가 문득 옛 일이 떠올랐다. 얼음 얼고 눈 덮인 고향의 겨울이 그립다.

한시, 계절의 노래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