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중이侯忠義 교수와의 대담

조관희(趙寬熙 상명대 중문과 교수) 진행
송지현(宋之賢 北京大 東方學部 博士生: 현재 안양대 교수) 진행
김효민(金曉民 北京大 中文系 博士生: 현재 고려대 교수) 정리

대담을 진행하고 있는 허우중이 선생와 송지현 교수(왼쪽), 사진 ⓒ 조관희, 2001

허우중이 : 통계에 의하면 베이징대 도서관의 장서는 대략 6백만 권 정도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것은 중국의 고등교육 기관 중에서 장서량이 가장 많은 것입니다. 베이징대 장서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대 도서관의 장서 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물론 송원 시대의 각본(刻本)입니다. 그보다 더 이른 시기 것으로는 돈황(敦煌)에서 출토된 두루마리인데 베이징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는 돈황 문서는 상하이 고적출판사 6권의 큰 책(『돈황사권 북대권(敦煌寫卷北大卷)』)으로 출판된 일이 있습니다. 돈황 문서를 제외한다면 인쇄된 각본 중에서는 송원대의 판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징대에 소장돼 있는 남송(南宋) 각본 『사기(史記)』는 국보입니다. 원대 각본인 『서상기(西廂記)』는 색도를 넣은 것으로 역시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대량의 명대 각본들이 있는데 이것들도 희귀 판본에 속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베이징대 도서관의 장서를 보고 싶어 하는데, 이것은 베이징대학 도서관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우중이 선생, 사진 ⓒ 조관희, 2001

또 한 가지 부러움을 사는 것은 명청소설입니다. 베이징대 소장의 명청소설 중에는 상당량의 고본(孤本)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점은 연구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술회의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는데, 출판된 각본인데 왜 고본이 되었을까 하는 점은 매우 의아한 일이거든요. 일부 판본들은 일본, 한국 등 주변국으로 전파돼 소장되어 있는데, 특히 일본에 많습니다. 그 중 일부는 고본 소설인데 최근 이런 판본들을 다시 회수하려고 노력 중이고 그중 대부분은 이미 출판된 바 있습니다. 베이징대에는 약 3천 종의 고대소설이 소장돼 있는데, 그중 베이징대에만 소장돼 있는 고본만 해도 50여 종이나 됩니다.

허우중이 선생, 사진 ⓒ 조관희, 2001

이 고본소설들이 베이징대에 소장되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1930년대에 베이징대학 교수였던 마롄(馬廉) 선생은 고대소설 연구하기를 좋아했었지요. 당시만 해도 베이징대 뿐만 아니라 학술계 전체가 소설을 소도(小道)라 해서 중시하지 않았지만 저명한 교수였던 마롄 선생은 달랐던 겁니다. 그분이 작고한 후 소장하고 있던 판본들을 베이징대 도서관이 사들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북경대가 그것들을 사들일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도서관 관장 역시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었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허우중이(왼쪽), 치위쿤(齊裕焜), 리스런(李時人, 오른쪽), 사진 ⓒ 조관희, 2006

아무튼 이 50여 종의 고본 중에는 강희, 건륭 등 시기의 청초(淸初) 판본이 비교적 많습니다. 이것들은 매우 희귀한 판본들이어서 모두 선본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베이징대는 이런 진귀한 판본들은 모두 마이크로필름으로 제작해 필름만 열람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래도 원본을 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순수한 연구를 위해서라면 직원에게 얘기하면 볼 수 있을 겁니다.

베이징대 소장의 고적 중에는 역사와 문학 방면의 서적들이 비교적 두드러지는데, 사학 관련 자료 중에서는 지방지나 필기 등의 필사본이 많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베이징대에 의학 관련 서적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중 베이징대에만 소장돼 있는 판본들은 그 일부를 출판한 일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베이징대학에는 각 방면의 자료가 매우 풍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베이징대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며, 이용하기에도 가장 편리합니다.

허우중이 선생, 사진 ⓒ 조관희, 2002

[엮은이 주: 이 글은 원래 『중국소설연구회보』 제36집(1998년 11월)에 실린 것을 엮은이가 수정 보완했다.]

[참고] 허우중이(侯忠義, 1936~ ) 교수 소전(小傳)

문언소설 연구가. 랴오닝성(遼寧省) 다롄시(大連市)에서 출생하여 1959년에 지린(吉林)대학 중문과(中文系)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에 베이징(北京)대학 중문과(中文系)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1987년에는 베이징대학도서관으로 부임하여 근무하였는데 지금은 교수, 고적정리연구실(古籍整理硏究室)주임을 맡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는 『잠삼집교주(岑參集校注)』(陳鐵民과 공편, 上海古籍出版社, 1981), 『중국문언소설서목(中國文言小說書目)』(袁行霈와 공편, 北京大學出版社, 1981), 『중국문언소설참고자료(中國文言小說參考資料)』(北京大學出版社, 1985), 『금병매자료회편(金甁梅資料匯編)』(王汝梅와 공편, 北京大學出版社, 1985), 『녹야선종(綠野仙踪)』(校點, 北京大學出版社, 1986), 『중국력사소설사전(中國歷史小說辭典)·제1권』(주편, 雲南人民出版社, 1986), 『漢魏六朝小說史』(春風文藝出版社, 1989), 『中國文言小說史稿(상·하)』(하권은 劉世林과 공저, 北京大學出版社, 1990~1992), 『고대소설평개총서(古代小說評介叢書)』(주편, 遼寧敎育出版社, 1992), 『명대소설집간(明代小說輯刊)』(주편, 巴蜀書社, 1994), 『중국고대진희본소설총서(中國古代珍稀本小說叢書)』(주편, 春風文藝出版社, 1994), 『수당오대소설사(隋唐五代小說史)』(浙江古籍出版社, 1997)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略論近代小說的歷史分期及其特點」(『北京大學學報』 1980년 제2기), 「『燕丹子』辨析」(『北京大學學報』 1983년 제5기), 「論百回抄本『綠野仙踪』」(『北京大學學報』 1985년 제1기), 「『搜神記』簡論」(『黑龍江敎育學院學報』 1986년 제3기), 「『世說新語』思想藝術論」(『北京大學學報』 1987년 제4기), 「文言短篇小說民族形式的幾種特點」(『明淸小說論叢』 1987년 제5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