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唐] 백거이 학에게 묻다問鶴

학에게 묻다問鶴/ [唐] 백거이

까마귀와 솔개 먹이 다투고
참새는 둥지 다툴 때

눈보라 몰아치는
연못가에 홀로 섰네

온 종일 얼음 밟고
한 발은 들어올려

울지 않고 꼼짝 않고
무슨 생각 하고 있나?
烏鳶爭食雀爭窠, 獨立池邊風雪多. 盡日蹋冰翹一足, 不鳴不動意如何

학은 일명 두루미라고도 한다. 흔히 푸른 소나무와 학을 함께 그려 장수와 선취(仙趣)를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학은 발의 구조상 나무에 앉지 못한다. 나무에 앉을 수 있는 건 황새(鸛), 왜가리, 백로 종류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학은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먹이가 풍부한 늪 지대나 들판에서 겨울을 난다. 정수리는 붉고 목과 꼬리는 검으며 몸통은 모두 희다. 나는 모양이 궁금하다면 오백원 짜리 동전을 보면 된다.
학은 예로부터 장수하는 새로 숭앙받으며 신선 세계를 상징하곤 했다. 실제로 평균 수명은 30년인데, 오래 사는 것은 80년도 넘게 산다고 한다. 학은 천 년을 살면 깃이 푸른색으로 바뀌고(靑鶴), 다시 천 년을 살면 검은색으로 바뀐다(玄鶴)고 한다. 지리산 묵계리 청학동 전설도 여기에서 나온 셈이다.
학은 대개 무리를 지어 살지만 이 시의 학은 홀로 눈보라 몰아치는 연못 가에서 한 발로 얼음을 밟고 서 있다. 당시 조정에서 추방된 백거이의 외로운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좀 더 넓혀 보면 세상과 화합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독한 형상에 다름 아니다.
이 대목에서 이육사의 「절정」이 오버랩 됨은 지나친 상상이 아닐 터이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사진출처: 平凡人的個人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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