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육창陸暢 신기한 눈驚雪

신기한 눈驚雪 /당唐 육창陸暢

怪得北風急 북풍이 거세게 불어 이상하더니
前庭如月輝 앞뜰에 달빛이 내린 듯 환하네
天人寧許巧 하늘은 어쩜 저리도 재주가 많아?
剪水作花飛 물을 잘라 꽃을 만들어 날리네

육창(陸暢)은 당나라 헌종 때 사람으로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도 지낸 시인이다. 강서관찰판관이란 지방관을 지낼 때 하루 종일 시만 짓고 공문서를 보지 않자 관찰사가 한 마디 충고했더니 벼슬을 버리고 갔다고 한다. 육창은 소주(蘇州) 출신이라 다른 데는 이 사람의 행적이 잘 보이지 않지만 소주의 지지(地誌)인 <<고소지(姑蘇志)>>에 그 행적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백이 <촉도난(蜀道難)>이란 시를 지어 검남 절도사 엄무(嚴武)를 비난하자 이 사람은 자신이 은혜를 받은 위고(韋皐)를 칭찬하기 위해 거꾸로 <촉도이(蜀道易)>를 지었다고 한다. 사실 이백이 지은 <촉도난>은 촉으로 가는 산길의 험준함을 주로 노래하고 있는데 그 우의성에 대해 역대로 말이 있었다. 이를 보면 벌써 육창이라는 사람은 이백의 시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간파하고 그것을 패러디한 것을 알 수 있다. 여하튼 이런 행적만 보아도 성격이 독특하며 시로 자부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영허(寧許)는 여차(如此)와 같은 말인데 차이가 있다면 의문문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시도 기발한 착상이 시를 떠받치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하늘이 물을 조금씩 떼어내어 꽃을 만들어 날리는 희한한 재주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시를 흔히 영물시(詠物詩)라 한다. 영물시는 기발한 착상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그래서 한 편의 동시 같기도 하다. 영물시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을 그려 놓은 것에 제화시(題畵詩)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그림은 대개 화폭이 작아 소경(小景)이라 부른다. 인터넷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이 시도 누군가 제화시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눈의 별칭을 전작화(剪作花)라고 하는 것은 이 시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저께 소개한 백거이의 <야설(夜雪)>에 나온 ‘절죽성(折竹聲)’도 이런 경우인데, 시인은 이렇게 고상하고 아름다운 말을 새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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