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365일-유종원柳宗元 이른 매화早梅

이른 매화 早梅/ 당唐 유종원柳宗元(773~819)

早梅發高樹 키 큰 나무에 이른 매화가 피니
迥映楚天碧 멀리 푸른 초나라 하늘에 빛나네
朔吹飄夜香 삭풍 불어와 밤에는 꽃향기 날아들고
繁霜滋曉白 무성한 서리 내려 자태 더욱 고결하네
欲爲萬里贈 만 리 먼 곳에 이 꽃 보내고 싶어도 
杳杳山水隔 아득하여라 산과 물로 막혀 있네
寒英坐銷落 이 매화꽃이 마침내 시들어 떨어지면
何用慰遠客 무엇으로 멀리서 유배 온 객 위로할까

유종원이 영주로 유배를 갔을 때 지은 시로 보인다. 키 큰 매화나무가 삭풍이 불고 때 아닌 서리가 내리는 가운데 오히려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발산하고 고결한 자태는 더욱 돋보이고 있다.

북풍과 서리로 인해 매화의 차별적 특질이 분명히 드러나는데 이는 유종원 자신의 모습이자 자신에 대한 위로이다. 매화나무가 크고 또 일찍 피었기에 겪는 선각자의 고초라 할까.

매화를 보내고 싶은 친구는 아마도 유배오기 전 어울리던 장안에 있던 친구일 것이다. 남북조 시대 육개(陸凱)가 강남에 있을 때에 장안(長安)에 있는 벗 범엽(范曄)에게 매화를 한 가지 보내면서 시를 보냈는데, 그 시에 “강남에는 특별한 게 없어, 그저 한 가지의 봄을 보낸다네[ 江南無所有, 聊贈一枝春.]”라고 한 구절이 있다.

앞에 나온 초나라 하늘이나 매화는 이 육개의 시와 모두 연결되고 영주로 유배 온 유종원과도 연결된다. 마지막 구절의 원객, 멀리서 온 손님은 바로 유배를 온 유종원 자신을 가리킨다.

북풍과 서리 속에 핀 매화를 보며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며 의지를 다지는 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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